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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사순 5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묵상 - 기도하는 법을 모르겠을 때는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3. 26. 01:01

 

 

 

 

어쩌면 시작과 함께 끝을 가장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직장인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XX의 직원들은 입사하면서부터 한 쪽 가슴에는 공사 시험준비책을 다른 한 쪽 가슴에는 공무원 시험준비 책을 품고 다닌다" 

 

입회 전 회사생활을 할 때 입버릇 처럼 하던 농담들 중 하나입니다. 입사 하는 순간부터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현타가 온 (현실을 깨닫는) 직원들은 퇴사하는 것에 대비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고용이 더 안정적인 공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마다의 경험은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실제로 제 입사 동기 중에 그대로 그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반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입사하면서 퇴사 때를 생각하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우리 삶에는 시작과 끝 뿐만 아니라, 무언가 대비되는 것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바라보는 행위는, 우리 그리스도교에서 신비를 바라보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육화의 신비를 바라볼 때 처럼요. 그리고 또한 이것은 기도하는 방법을 찾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오늘 대축일로 기념하는 주님 탄생 예고도 결국은 주님 죽음의 예고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도 이런 대비되는 상황들이 많이 나옵니다. 천사가 왔다 떠나가고, 마리아가 동정인데 잉태할 것이라 예고되고, 아이 못 낳던 엘리사벳이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사의 방문은 평범하고 진부한 일상에서 신비라는 것을 이루어 냅니다. 

 

부제 실습을 하면서부터 기도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 기도가 뭔지 모르겠다 라며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곤 합니다.

 

"그렇게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름다운 기도예요. 우리가 모르겠다고 답답해 하는 동안, 로마서 6장 28절에서 말씀하시듯, 성령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고 계시기 때문이예요. 모르겠다고 답답해 하는 것은 맹목적으로 대충 드리는 기도보다 더 좋은 기도입니다."

 

기도 한다는 것은 신비입니다. 우리가 잘하건 못하건 우리가 기도를 안다는 것,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우리는 신비 안에 있습니다.

 

반복되고 진부한 일상에서 신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것은 기도생활 분만 아니라 신앙생활의 근원적인 희망과 힘이 됩니다. 

 


 

몇 일 전 아침 성무일도 독서에서 신비로서의 기도에 대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놀라운 통찰을 만나고 숨이 멈췄습니다. 한 번 보시겠어요?

 

"아버지와 같이 유일한 하느님이신 그분을 사람들과 함께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께 기도를 할 때 아드님을 하느님과 분리시키면 안되고, 또 우리의 기도는 그분의 신비체로서 드리는 기도이기 때문에 그때 우리 머리이신 그분과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당신 신비체의 유일한 구세주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고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며 또 우리의 기도를 받아들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사제로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시고 우리의 머리로서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며 우리의 하느님으로서 우리의 기도를 받아들이십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우리의 기도소리를, 우리 안에서 그분의 기도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사제로서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그리스도, 나와 한 지체로서 내 안에서 기도하시는 그리스도, 그리고 하느님으로서 나의 기도를 들으시는 그리스도. 그분 안에 있는 나의 기도소리를 듣고, 내 안에 있는 그분의 기도소리 듣는 것! 이 신비로운 일이 기도라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야기 합니다.

 

입사할 때 퇴사를 생각하게 되듯이, 우리는 신앙을 시작하며 죽음을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 사순시기 동안 죽음을 시작하며 생명을 생각합니다. 이 시작과 끝, 죽음과 생명의 대비는 유한한 존재인 나와 무한한 존재이신 하느님의 대비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우리는 기도의 신비를 알게 되고, 기도하게 됩니다.

 

기도를 잘 모르겠다거나 잘 하지 못한다고 고민되는 땐 이미 그 걱정 안에서 내가 기도하고 있음을 알아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냥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이미 우리 안에서 하고 계신 그리스도의 기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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