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01230 성탄팔부 6일 목요일 묵상강론 루카 2,36-40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초월과 강생"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12. 31. 02:48

20201230 성탄팔부 6일 목요일 묵상강론 루카 2,36-40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초월과 강생"

요즘 메타버스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나와 큰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갖고 있는 어느 모임을 메타버스 안에서 몇 번 하게 되면서, 어느새 메타버스는 제 삶 안에 성큼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요즘 이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 한 명의 신학자 또 신앙인의 관점에서 이런저런 사유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만나는 한나 예언자를 묵상하는 동안 메타버스에서 만나게 된 초월과 강생의 개념과 한나의 그것을 비교해보게 되었습니다.



메타버스의 메타는 초월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버스는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단어가 처음 쓰인 것은 1992년에 출간된 "스노크래시"라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오래 되었죠. 요즘 유행하고 있는 아바타라는 단어도 이 소설에서 처음 쓰였다고 합니다. 아바타라는 단어는 산스크리트 어로 지상으로 하강한 신의 모습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부캐라는 말도 떠오릅니다. 부캐는 쉽게 말하자면 보여주고 싶었던 또는 나도 알아채지 못했던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두 단어를 만나면서 오늘 복음의 한나 예언자가 생각났습니다. 그 둘이 가진 초월과 강생에 대한 의미가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초월이라는 개념은 우리 신앙에서, 그리고 강생이라는 개념은 우리 그리스도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단어가 그들의 세계관 안에서 신앙과 그리스도교에서 가진 초월과 강생의 개념을 대체해 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는 현실의 세계를 초월한 새로운 세계를 말합니다. 과감하게 예를 들자면, 이 세계에서 나는 내 방에 앉은 채로, 교황님의 모습을 갖추고 로마 베드로 성당 구석의 조각상을 바로 눈 앞에 두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방에 앉아서 기기를 착용하고는 교황님 모습의 아바타를 꾸며서 메타버스의 세계 안에 로마 성베드로 성당으로 꾸며진 가상 공간에 들어가 감상하는 것입니다. 이 메타버스에서 말하는 초월은 우리가 사는 인간 세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메타버스가 가진 초월의 의미는 종교에서 말하는 초월의 의미와 사뭇 다릅니다. 메타버스의 초월은 현실세계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현실세계의 재창조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매우 손쉽게 이루어 지며 현실세계를 넘어선 신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종교적 초월성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아바타는 억압되거나 어떤 원인에서건 자유롭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구현함으로써 나와 세상이 소통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내가 될 수 있는 아바타는 실제 나와 완전히 다른 나 또는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아바타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스스로가 세상에 창조한 나입니다. 나 스스로 세상에 새롭게 강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아바타의 개념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강생의 의미와 사뭇 다릅니다. 아바타의 강생은 자신을 사랑하여 현실의 나를 넘어선 보다 나은 나를 현실에 스스로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매우 손쉽게 이루어지며 인간을 사랑하여 스스로를 낮은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신 하느님의 강생의 개념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한나 예언자는 60년 가량 되는 세월을 기도와 단식으로 하느님을 섬기며 성전에서 지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긴 세월이 지나서도 그녀는 지치지 않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아기에 관해 예언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는 동안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초월과 강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한나 예언자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게 됩니다. 곰곰히 살펴보면 성전이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하느님을 섬기며 긴 세월을 살았던 그녀의 삶에서 깊은 초월과 강생의 의미가 엿보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주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통해 현실의 한계를 손쉽게 넘어서는 초월과 강생의 삶을 경험을 해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록 한나가 선택한 쉽지 않은 초월과 강생의 삶을 우리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잃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쉽고 편한 길을 조금 멀리 하는 것은 우리 영성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월과 강생의 의미가 메타버스와 신앙 안에서 균형있게 자리잡아가길 기도하게 됩니다.









#가톨릭 #묵상 #기도 #예수성심 #복음 #말씀 #독서 #예수성심 #사랑 #십자가 #수도회 #천주교 #강론 #매일미사 #놀이터에서묵상하기 www.mooksa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