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315 사순3주일 묵상 - 목마름으로 부르심 나는 아직 목마른가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3. 14. 12:27

 

 

오늘 아침 수도원 공동방 청소를 하는 중에, 이런 저런 소식들과 복음 말씀에 대해 생각하다가 전자렌지 안쪽을 닦고 있을 때였습니다. 꽤 안쪽에 말라 붙어 있는 것을 무심코 물수건으로 몇 번을 문질러 댔지만 잘 닦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멈추어지자 옆에 있는 정수기가 보였고, 뜨거운 물을 조금 받아 두어번 문지르자 애를 먹이던 그 자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잠시 뭠처 서서 한참을 멍청하게 부질없는 일을 하고 있던 제 모습에 잠시 웃었습니다. 그러곤 마음에서 굳어버린 감정들을 말끔히 닦아내는 것도 이런 뜨거운 생명의 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뜨거운 사랑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뜨거운 사랑'의 그 뜨거움은 끓는 물이나 닳아오른 철과 같은 그런 뜨거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보다 오히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것 처럼 '목마름'이 더 가까운 표현인 것 같습니다. 이 목마름은 '한번은 다 바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있는' 이라는 박노해씨의 시구 같은 그런 이미지입니다. 많은 일을 하시고 요르단 강을건너 갈릴래아로 가시는 길에 지쳐 우물가에 서 있는 예수님의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그 겨울나무와 예수님의 모습에서는 피로나 후회나 걱정 같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명의 물을 바라는 뜨거운 사랑을 향한 타는 목마름이 느껴집니다. 사랑의 뜨거움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뜨거움은 한번은 다 바친 사람들, 온 힘으로 나서는 사람들, 끊임없이 걷는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그런 뜨거움은 비록 지쳐있더라도 잠시 쉬고 있더라도 다시 그 사람을 목마르게 하고 다시 온힘으로 자신을 바쳐 걷게 합니다. 

그런 뜨거움은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자신을 매이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 뜨거움은 자신의 애씀이 드러나는가에 자신을 매이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 뜨거움은 자신이 지금 아직 목마른가 알아채게 합니다. 

삶에서 한번은 다 바쳤던 경험이 있다면, 혹시 지금 세상의 거침이나 자신의 부족함으로 잠시 지쳐있거나 쉬고 있다면, 그렇다면 분명 그런 사람들 안에는 어떤 목마름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사순시기는 자신의 부족함을 성찰하고 어제 복음의 돌아온 탕자처럼 아버지에게 돌아오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또한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이 타는 목마름을 다시 발견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물을 달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고, 오히려 우리가 예수님에게 생명의 물을 청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의 묶은 때들도 그 뜨거운 사랑에 흔적도 없어질 것입니다.

그 시작은 내 안의 목마름을 다시 발견하는 일입니다.

오늘 사순 감사송은 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 그리스도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마실 물을 청하시면서
이미 그 여인에게 친히 신앙의 선물을 주셨으며
또한 거룩한 사랑의 불을 놓으시려고
그 여인에게 신앙의 갈증을 느끼게 하셨나이다. "

 

 

사순3주일 독서 및 복음 보기 (가톨릭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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