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319 사순 3주 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묵상 - 서로의 처지에서의 거리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3. 19. 16:50

어제 필리핀에서 선교실습하던 시절 알게 된 저희 수도회의 몇 필리핀형제들에게 안부인사를 보냈었습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제가 필리핀에 있던 해에 대통령선거가 있었어요.) 필리핀 북부 루존섬을 봉쇄한다는 기사를 보고선 형제들의 안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그 형제들과 각각 대화를 하는동안 한가지 특별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의 북부 루존지역에 있든, 수도 마닐라에 있든, 중부 비사이야 지방에 있든, 아니면 남부 민다나오에 있든 간에 저마다 대화의 말미에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걱정과  부탁한 기도가 있었어요. 그건 가난한 이들, 길에서 하루 벌어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 노숙자 들에 대한 걱정들이었어요. 그때마다 제 마음 깊은 곳에선 큰 감정이 있었어요.

만약 제가 필리핀에 가서 길거리나 깊은 산속에 있는 그들을 직접 제 눈으로 보고 만나고 이야기 나눈 적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같은 깊은 감정이 들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필리핀 형제들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그곳에서 보고 만났던 사람들이 기억나고 그들의 어려운 처지가 생각나서 참 많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또 반성 되었습니다. 제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던가 하고 말입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가족들, 의료진들, 봉사자들, 여러 책임자들을 위해 매일미사에 지향하고 또 기도하고 있지만, 또 평소엔 잘 하지 않는 SNS에서의 릴레이 기도 마저도 이번엔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저의 기도는 어제와 같은 깊은 마음에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필리핀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기억에서 제가 멀어진 만큼, 어려운 지경에 있는 사람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처지로부터도 제가 멀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멀리 볼 것도 없이 지금 같이 생활하고 있는 주변의 형제들의 처지로부터도 멀어져 있었습니다. 참 매번 이런 것을 알아챌 때는, 제대로 희생 하지도 못하면서 반성만 하는 부족한 자신 때문에 꽤 아픕니다.

아마 자신의 가족만큼 서로의 처지로부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또하나의 가족이라는 곳이나 서로를 형제로 부르는 수도공동체에서 생활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1독서에서 아브라함을 우리 믿음의 조상이라고 이야기 하시거나, 오늘 축일로 기념하는 요셉 성인과 마리아의 후손으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 모두가 믿음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서로의 어려운 처지로부터 가까워 지라는 메세지로 제게는 다가옵니다. 요셉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마리아의 처지로부터 가까이 있어주었습니다. 그런 그의 행위는 구원사업의 씨앗인 성가정을 이루는 엄청난 일을 이루어내셨습니다. 가족이 되는 것. 서로의 처지에 더 가까워 지는 것.

오늘 우리 함께 조금 더 마음을 모아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으면 좋겠어요. 내 마음을 모아 하는 기도는 의미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내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주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오늘 우리 함께 조금 더 마음을 모아 나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로부터 조금 더 가까워 져 줍시다. 아마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거나 미루지 않아도 될 일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서로 더 가까워 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간이 나시면 특별히 필리핀 시골길의 천진하게 뛰어나니던 밝고 맑은 눈의 아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시 함께 미사 드릴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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