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322 사순4주일 묵상 -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것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3. 22. 23:58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들이 나에게 어려운 시간을 줄 때 우리들이 하는 큰 반응 중 하나는 주변의 작은 따뜻함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공적 마스크의 정착 이후 마스크와 관련하여 약국에서 일어나던 엄청난 신경질적 반응들이 없어진 걸 보면 실제 생기는 어려움 보다 그것과 관련된 두려움 불안이 더 크게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러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요?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여 다시 유명하게 된 컨테이젼이라는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본 것 같았지만 대략 그런 영화가 있었다는 기억 정도만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새로웠습니다. 

영화 포스터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재난 영화인데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마리옹 꼬띠아르, 주드 로, 로렌스 피시번   등 유명한 배우들이 정말 많이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개봉할 당시에는 200만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극장에서 관람을 했다하니 그리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현실과 매우 비슷하게 전개됩니다. 전염되는 속도나 경로, 음모론, 단체격리수용, 사재기, 마스크를 쓴 사람들, 장비를 갖추어 입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그 와중에 돈을 벌려는 사람들, 국경봉쇄, 잘못된 인터넷 상의 정보 같은 것들이 그대로 영화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우리의 현실의 보여주고 있는 큰 차이점 두 가지가 보였습니다. 

하나는 영화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스크가 이렇게 중요한 이슈가 될 줄은 영화감독도 미처 생각을 못했나 봅니다. 어쨌든 여러 약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도 공적 마스크시행 이후 마스크대란은 어느정도 안정되어 가는가 봅니다.

다른 하나는 영화에서는 간호사 노조가 격무와 위험한 근무환경에 파업을 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희생적으로 온 힘을 바쳐 노력하고 계시죠. 자기 직업이니 어쩌겠냐 하시는 분들도 계신가 봅니다만, 잠시라도 실제로 일하고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다면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못하실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현실은 영화보다 더 따뜻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크게 두 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사순시기동안 계속 되고 있는 바리사이들의 위선적인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하던 소경이 앞을 보게 되는 치유를 받고 예수님을 고백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주 복음에서는 두번째 축에서의 '눈을 뜨게 된다'는 것에 대해 더 살피게 됩니다. 눈을 뜨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영성생활에 있어서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들이 나에게 어려운 시간을 줄 때 보지 못하던 주변의 작은 따뜻함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눈먼 이가 눈을 뜨고 예수님을 증거했듯이, 알아보게 된 그 따뜻함을 전하는 것 역시 우리들이 해야 할 소명입니다.

얼마전 이스라엘 순례팀에서 확진자가 생겼을 때, 이스라엘 공항에 한참 억류되어야 했던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아는 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형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글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억류되어 있던 중 현지 예루살렘 한인교회의 신자분들이 밤새 깁밥과 김치 주먹밥을 싸고 미역국을 끓여 왔다는 겁니다. 한구 식자재 마트가 없는 그 곳에서 귀하게 모아두었던 김이며 단무지며 김치를 아낌없이 내어 놓으신겁니다. 한순간에 500명이 몰렸는데도 서로 협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음식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참 가슴이 따뜻해 졌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는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가 감염되는 것 보다 자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감염되는 것을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 힘들고 두렵지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들과 의료진 분들,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있는 것을 내어 놓는 분들, 그리고 감염예방 수칙을 따르며 온 힘으로 기도하는 분들. 주변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처럼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주고있습니다.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단순히 보면 서로가 멀어지고 소원지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로 자신과 또는 타인과의 관계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이라는 것에 눈이 멀어진 채 깊은 고민 없이 그저 휩쓸리듯 만나져 가던 수동적 만남을, 이제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기를 맞아 다시 눈을 뜨고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진정 서로에게 필요한 만남을 우리는 하고 있었는가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어릴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놀이를 할 때, 술래가 되어서 눈을 감고 있다 뜨고 돌아서 친구를 찾아 달려가듯,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대한 애틋한 마음을 더 잘 느끼고 전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격리와 사회적거리의 너머에 있는 서로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지금 우리의 소명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한 주 바이러스 때문에 떨어져 지내고 있는 이웃들에게 전화를 해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이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고, 보는 이들은 눈먼 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9,39)"라는 오늘 복음 말씀은 저에게 '예수님의 심판은 옳고 그름을 판가름 하는 것을 너머 눈을 뜨게 하여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의 작은 따뜻함을 알아보게 해주시는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주변의 따뜻한 일들을 더 잘 보고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해 또 서로에 대해 또 그 만남에 대해 더 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복음에서 눈먼이의 눈을 뜨게 하시는 예수님 기적의 참 뜻일 것입니다. 

 

 

 

사순4주 주일 독서 및 복음 읽기 (가톨릭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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