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312 사순2주 목요일 묵상 - 마음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3. 12. 13:37

 

오늘 독서와 복음은 저에게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사람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 교활하여 치유될 가망이 없으니 누가 그 마음을 알리오?'라는 1독서의 말씀이 깊이 와 닿습니다. 오늘 묵상 중에 마음이 움직이는 두 가지 길을 보게 되었어요.

하나는 제 뜻과는 달리 제 멋대로 움직이는 마음의 길입니다.

제가 소중한 곳에 머물게 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제 마음은 어느새 엉뚱한 곳에 가 있기 일쑤입니다. 하느님이나 좋은 덕 안에 마음을 두고자 애를 쓰다 문득 정신 차려보면, 제 마음은 어느새 제 멋대로 후회 아픔 미움 같은 것들에 가 있습니다. 또 욕심 같은 것들이 생기는 어느 날은 그런 것에서 마음을 돌리려 애를 스지만 또 그런 때면 오히려 제 마음은 더 거기에 깊이 자리하고 맙니다.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만물보다 더 교활하다는 말씀이 틀림이 없습니다. 

이런 멋대로쟁이 마음이지만, 제가 바라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또 하나의 다른 길도 있습니다.

제가 비싼 물건을 살 때를 곰곰히 살펴보면 대략 4단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단계에선 많은 모델들의 장단점, 가격, 구매후기, 중고시세 등 정보를 모읍니다. 2단계에선 그 중 두 세가지 모델을 정하고 집중적으로 비교합니다. 3단계에선 저도 모르게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는 모델의 장단점을 더 집중적으로 살핍니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는 제가 정한 모델의 장점은 동감하면서 계속 보고 단점은 제 스스로가 변명을 만들어 주며 무시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까지 왔으면 이미 이 모델은 안사면 안되는 것이 되어있죠. 이 즈음에 이르면 이미 제 뜻과 마음은 이것을 사는 것이 옳은 온갖 근거와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뜻과 마음이 다르게 움직이는 첫번째 길에서는 보통 우리는 기도하게 되고 하느님을 찾으며 지혜를 구하게 됩니다. 성찰이 쉽게 되고 돌아서야 할 길도 잘 보입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뜻이 같이 움직이게 된 또 다른 길에서도 우리는 위대한 일들을 해내곤 합니다. 이 두 길은 모두 우리에게 분명히 매우 긍정적인 선물입니다.

그런데 이 둘 중 우리가 정말 더욱 신중하게 성찰해야 할 곳은 우리의 뜻과 마음함께 움직이는 길입니다. 그 길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위대한 것이 될 수 도 있지만, 그만큼 엄청난 재앙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큰 에너지의 길은 너무나 자주 우리의 성찰의 능력 밖으로 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도 우리에게 유명한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를 통해 분명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큰 에너지의 길에  서 있을 때는, 모세의 이야기도 예언자들의 이야기도 심지어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도 믿지 않게 되기 일쑤입니다. 이 때에 는 아까의 4단계 처럼 제 뜻과 마음이 단결해서 자기들이 맞다는 오만가지 근거와 이유를 생각해 내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꾸 다른 곳에 옮겨지는 나무를 시냇가로 끊임없이 옮겨오는 일이 바로 우리 신앙의 여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냇가에 올바로 자리한 나무의 열매를 맛보는 것이 다름아닌 신앙의 보람이고요. 그래서 매일 저녁에 잠들기 전 잠시라도 오늘 하루 내 삶에서 열매가 잘 맺어졌는지, 내 마음은 오늘 어디에 있었는지 살펴보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매우 유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자기 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바쁜 낮의 하루 중 잠시라면 더욱 큰 효과가 있겠지요.

지금 이글 쓰며 저도 지금은 제 마음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사순 2주 목요일 독서 및 복음 링크 (가톨릭굿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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