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년 3월 1일 사순 1주일 - 원하는 것 참을 때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3. 4. 12:30

 

 

 

 

  요즘 여러분들께서 미사를 못하게 되니 너무 힘들고 허전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십니다. '미사의 힘으로 사는데...'라는 말씀도 적잖이 듣습니다. 생각보다 성사의 힘으로 여러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품을 받고 나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누군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조금 더 생겼다'는 점입니다. 서울 수유동에는 몸과 마음이 어려워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살며 그룹홈을 하시는 저희 수도회 평수사님이 계세요. 토요일 저녁 미사를 드릴 수 없는 그곳에 그 수사님의 일도 도울겸 미사도 함께 드릴겸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보니 생각지도 않게 아이들도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벌써 고등학생 나이가 된 이 아이들을 보면 제게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신학생이던 몇 년 전 방학실습으로 이 시설에 와 있었는데 그때는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꼬꼬마였던 때였고, 저는 아이들과 상상의 총을 들고 창문 너머로 칩입하는 외계인들과 전쟁을 벌이거나 방구석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괴물을 무찌르는 놀이를 하곤 하던 때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방문을 열었는데, 이 네명의 아이들이 상을 하나 펴 놓고 위에 작은 책을 하나 놓고 자기들끼리 무언가 중얼중얼하며 놀고 있었어요. 가까이 가보니 책상 위에 있던 책은 매일미사였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미사놀이를 하고 있던 거였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깜찍하던지... 게다가 저도 그때까지 감히 못해봤던 미사 주례를 하다니요 ㅎㅎㅎ

  그랬던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교생 나이가 되어있고, 미사를 시작하니 자기들끼리 떠들고 딴짓하다가도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고, 이렇게 제가 서품을 받고 함께 정말 미사를 드리게 되는 것이 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어렵지만 하나하나 정성껏 돌봐주시는 수사님의 수고에도 감사드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아이들과 함께 미사를 하려다 보니 준비해 간 강론을 그대로 할 수는 없게 된 것이었어요. 그래서 복음을 강독하면서 오늘 복음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쉽고 간단하게 이야기 해줄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는 간단명료한 것이 최고. 그래서 강론 시작하자마자 먼저 브이 하고 사진찍어줄께라고 하고 사진을 찍고서 여새를 몰아 바로 질문을 던졌어요.

"얘들아 너넨 뭐가 제일 먹고 싶어? 무슨 음식 좋아해?"

(시끌벅적와글와글)

"그래그래 한사람씩 이야기 해보자, ㅇㅇ 부터"

"치킨요"

"어 그래 ㅇㅇ는 치킨! 그럼 ㅇㅇ 는?"

"어..어...어...햄버그.. (다른 아이가 햄버거라고 소리치자) 햄버거요.."

"오!  그래 좋아 햄버거.. 또 ㅇㅇ는?"

(그새 못참고 시끌벅쩍 난리.... )

"그래그래~ 애들아 알았어!! 이번에 ㅇㅇ는?"

"피자요!"

(다함께) "피자 좋아요 피자!.. " "아냐 치킨!!!" "햄버거!!" (소란소란)

"아 좋아좋아.. 근데 말야. 너네 누군가 위해서 기도한 적있어?

"네~~!!!!!!"

"누구?"

"수사님요!!! "

(녀석들 저네 수사님 기분 좋으라고 눈치는 ㅋㅋㅋㅋㅋ) "오 ~~ 그래? 그럼 어떻게 기도해?"

"......." (그렇지 너네가 수사님이라고 대답한 것도 대단한거다^^)

"자 그럼 내가 너네들 한테 정말 좋은 기도하는 방법 하나 알려줄께 !! 좋아?"

(큰소리로) "네~!!!"

"자 여기 너네가 엄~청 배고픈데, 치킨, 피자, 햄버거가 있어! 엄청 먹고싶겠지?"

"네~~~!!!!"

"그런데 말야 그 때 잠깐 그 먹고 싶은거나 하고 싶은 걸 잠시 참으면서 아니면 조금 덜 하면서 그 순간에 이렇게 기도하는거야!.  이거 먹고 싶은 거 참는 대신 그만큼 이걸 누구누구를 위해 기도해요~"라고 말야.. 어때 너네들 할 수 있겠어?"

"아니요~!!!!" "네~~!!"

"너네 배고픈데 먹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거 조금 참으면서 그런 마음으로 내가 기도하고 싶은 사람한테 기도하라는 거야. 오늘 예수님도 엄청 배고프고 쉬고 싶은데 말야, 악마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해도 참으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 이야기가 나와. 너네도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네 ~~!!"

"그럼 우리 약속하자 이번 한 주 동안 한 번 이렇게 하고 싶은 거 잠시 참으면서 기도해주고 싶은 사람 위해서 기도하기로!!"

"네~~!!!" 

 

  씩씩하게 대답은 잘 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희생의 기도에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그 중에 두 명은 마음이 조금 덜 아픈 아이들이라 잠시라도 생각은 해볼 수 있었겠지요. 이어서 성찬의 전례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이 나에게 주는 메세지 너무나 명확해서 어른에게 한다해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내가 하고 싶은 것 식별해서 잠시 멈추고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것.'

  정신지체장애우들이나 어린이 미사의 강론이 준비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그런데 또 준비하다 보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며 묵상하고 있던 제 머리가 다시 가벼워지는 걸 느끼곤 합니다. 그들에게는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이런 저런 저의 사정이나 핑계들이 거두워지고 정말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들만 남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부끄러운 것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찌보면 어른인 저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더라고요. 정말 하루 '내 욕구를 잠시 멈추고 그 순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실천하면서 살아보자 마음먹은 하루가 끝날 때 쯤이면,  이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하고 이마를 치는 일이 저는 아직 많습니다.

사순시기 이렇게 한 번 살아봐야겠습니다. 부활절 때쯤이면 아마 제 이마의 혹이 머리보다 커질테지만요...^^*

 

 

 

 

 

< 독서 및 복음 >

 

1독서

창세 2,7-9; 3,1-7
7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8 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 하나를 꾸미시어,
당신께서 빚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셨다.
9 주 하느님께서는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시고,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
3,1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3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6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7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

 

2독서 

로마 5,12-19
형제 여러분, 12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13 사실 율법이 있기 전에도 세상에 죄가 있었지만,
율법이 없어서 죄가 죄로 헤아려지지 않았습니다.
14 그러나 아담부터 모세까지는,
아담의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죄를 짓지 않은 자들까지도
죽음이 지배하였습니다.
아담은 장차 오실 분의 예형입니다.
15 그렇지만 은사의 경우는 범죄의 경우와 다릅니다.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은혜로운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충만히 내렸습니다.
16 그리고 이 선물의 경우도 그 한 사람이 죄를 지은 경우와는 다릅니다.
한 번의 범죄 뒤에 이루어진 심판은 유죄 판결을 가져왔지만,
많은 범죄 뒤에 이루어진 은사는 무죄 선언을 가져왔습니다.
17 사실 그 한 사람의 범죄로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죽음이 지배하게 되었지만,
은총과 의로움의 선물을 충만히 받은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을 통하여 생명을 누리며 지배할 것입니다.
18 그러므로 한 사람의 범죄로 모든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되어 생명을 받습니다.
19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이가 죄인이 되었듯이,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마태 4,1-11
1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2 그분께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3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4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5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데리고 거룩한 도성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6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7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셨다.
“성경에 이렇게도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8 악마는 다시 그분을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9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하였다.
10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11 그러자 악마는 그분을 떠나가고,
천사들이 다가와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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