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태복음

20240228 사순 2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태 20,17-28 [저는 분명 즐거움에 지배되는 사람입니다]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4. 2. 28. 11:02

 

 

 

새 소임 임기가 시작되는 2월 1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벌써 2월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묵상글을 거의 못쓰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는 건 기도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너무 바빴거나 아니면 둘 다였거나 인데, 이번 달은 분명 둘 다 때문이었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지난 3년 간의 양성장 소임을 끝내고, 조금 스스로를 추릴 시간을 2월에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일정이 슬슬슬 비어 있는 날을 어느샌가 다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모든 일들에서 하느님의 일하심과 사랑을 체험하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으니, 몸은 쉬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충만한 2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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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저희 수도회 평신도회 세계대회 통역 갔다가 코로나로 추정되는 통증으로 정말 고통스럽게 고생을 하다 온 바로 다음날, 로마에서 하는 세이프가딩 코스의 영상면접을 했고, 2월 한 달에 걸쳐 네 차례의 ME 사전모임 끝에 월말에 ME 주말을 했습니다. 일본 스님 친구가 저를 방문해서 3일 동안 동반했고, 구정연휴 동안에는 본원 행정부 이사를 도왔습니다. 사랑의 선교 수녀회 영어 미사, 저희 수도회 새로 완공된 본원 축복식, 축복식 영상 촬영 및 홈페이지용 영상 편집, 딸 수녀님 축국 전 마지막 면담, 평신도 면담, 타 교구 신학생 개인 피정동반, 신학원 건물  정리, 본원으로의 저 개인 이사, 성령묵상회 강의, 병원진료 등등 애와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들이 쉴 틈 없이 매일매일 계속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달에는 쉬었던 날이 하루도 없었군요! 이제 보니 정말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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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묵상글을 올리면서 저 바쁜 이야기만 늘어놓으니 민망하기도 합니다.  바쁜 사람이 저만이 아닐 텐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닙니다. 오늘 복음 중에 예수님의 다음 말씀이 목에 걸려서입니다.

 

"너희 가운데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열심히 지난 한 달을 살아오는 동안 저는 한 번도 높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피곤해질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은 있습니다. 마음이 꼭 항상 그렇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래도 지난 2월 동안 했던 일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좀 멋있게 표현하자면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또 조금 정신줄 잡고 묵상해 보면, 그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가 좀 잘하고 있고', '내가 좀 유능하고', '내가 좀 인기가 많고' 하는 등의 망측한 생각을 하고 다닌 적이 적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히 보게 됩니다. 고맙다며 저를 섬겨주시는 다른 분들의 모습에 죄송스럽고 민망해하면서도, 또 깊은 마음 한 편에서는 그걸 슬쩍 즐기고 있는 저의 모습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분명 즐거움에 지배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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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예수님께서 저 복음말씀에서 말씀하신 '높은 사람'의 의미를 그 당시의 제자들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가까이 앉게 해달라고 청하지를 않나, 그걸 또 자기들끼리 시기하지를 않나, 뭔지도 모르면서 예수님의 잔을 겁도 없이 마시겠다고 하거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예수님의 마지막 길인 예루살렘으로 가는 중인데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높은  사람은 그런 게 아닌 데 말입니다.

 

오늘은 묵상 중에 지난 2월 동안 저의 높아짐을 즐겼던 순간들을 부끄러움과 함께 하느님께 고백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시 또 기도드립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미 하느님은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습니다.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남을 섬기며 살라고 말입니다. 지난 주에 발령받아 새로 이사 온 이 본원에는 열 세명의 수도회 신부님 수사님들이 살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그중에 막내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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