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태복음

20240615 연중 10주간 묵상강론 마태 5,33-37 [하느님의 인플레이션]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4. 6. 14. 23:30

20240615 연중 10주간 묵상강론 마태 5,33-37  [하느님의 인플레이션]
 
 

 
 
오늘 복음 말씀은 이미 오늘의 세상을 보면서 하신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맹세는 무엇을 두고 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의 권위를 빌려 맹세의 신뢰를 높이기도 하고, 어떤 것을 걸고 맹세의 가치를 높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하느님께 맹세한다거나,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한다거나 하는 형태죠. 어느 쪽이든 맹세를 깨는 순간 맹세를 한 사람은 그만큼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하느님께 벌을 받거나, 목숨을 내어 놓아야 하는 일이니, 그만큼 사람들도 그 맹세를 신뢰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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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하느님께 한 맹세를 깬다고 해서, 축구에서 반칙하면 옐로카드를 받듯이 현실에서 바로 벌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목숨을 걸고 한 맹세를 깼다고 해서 요즘 세상에 사람들이 그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 역시 아닙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내가 하느님께 맹세한다고 하지만 하느님께서 그 맹세를 항상 기꺼이 받아들이실 줄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목숨을 걸고 맹세한다고 하지만 그 사람의 목숨이 본인의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많은 맹세를 자기 마음대로 무언가의 권위를 빌리고 또 마음대로 자기 것도 아닌 것을 걸고 맹세를 합니다. 그리고 그 맹세를 깨뜨려도 별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맹세가 너무나 가벼운 세상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쉽게 맹세하지 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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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가 가치를 잃어가는 시기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럼 단어가 가치를 잃어가는 시기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옛날 학창 시절 읽었던 책에서 어떤 구루가 이 시대를 ‘사랑의 인플레이션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을 읽고 온몸에 전류가 돋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적절하고 멋진 표현인지. 세상엔 사랑이 넘쳐나는데 도대체 이 중에 어느 게 정말 사랑인지 나무 자주헷갈립니다.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그 때나 중년이 된 지금이나 헷갈리긴 마찬가진데 세상에는 사랑이 더 많아지기만 합니다.  
 
지금은 한 술 더 떠서 요즘은 실체적 진실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진실이라고 해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못 믿을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이 진실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 세밀하게 따지고 구분해서 거기에 실체적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불러야 그 의미가 전달되는 시대입니다. 실체적이라는 표현 없이 진실이라는 단어만 사용했던 옛날에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을까요? 진실이라는 말이 하도 많아져서 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이제는 우리는 그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진실이라는 단어를 사전적으로 용례적으로 또는 철학적으로 분류하고, 그중에 의도와 가장 부합하는 수식어를 붙여야 합니다. 사람들이 똑똑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신뢰 없는 세상이 되어서일까요? 어느 쪽이든 이제 우리는 바야흐로 진실을 말할 때 이제 실체적 진실이라고 해야 좀 진실을 말하는 듯 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진실의 인플레이션 시대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 말씀은 과거에 이미 오늘의 세상을 보시고 하는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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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러분. 하느님이라는 단어는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삶에서 하느님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쓰고 계십니까? 여러분의 삶에서 하느님이라는 단어도 혹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지는 않습니까? 너무 여기 저기 사용한 나머지 도대체 어느 것이 정말 하느님인지 헷갈리고 있진 않으신가요? 또는 혹시 하느님이라는 단어에 무언가를 붙여야만 참된 하느님을 전달할 수 있게 되어버리진 않으셨습니까? 처음에는 이런저런 풍부한 설명과 비유가 필요하지만, 지식과 신앙이 깊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점점 적어집니다. 기도도 그렇고, 하느님도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해야 할 말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이 더 절실히 다가옵니다.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늘 하루 단순해지는 삶, 단순한 말에 더 깊은 뜻을 담고주고받을수 있는 삶, 단순한 기도에 깊은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삶을 함께 살아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글도 실은 단순히 두 단어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예,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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