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금요일 연중 23주간 성 요한크리스토모 주교학자 기념일 루카 6,39-42
[내 마음속 화장실 거울로 간다는 것]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느냐?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순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오늘 복음 말씀 중 한 구절입니다.
…
어릴 적에 하루는 친구와 함께 놀다가 집에서였던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친구가 저를 보다가 거의 눈치 못 챌 정도로 잠시 멈칫 하고선 화장실에 좀 다녀오겠다며 급히 가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가기 전에 순간적으로 멈칫했던 건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가 아픈가 걱정도 되고, 또 내가 뭘 잘 못했나 움츠려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친구는 금방 돌아왔고, 우리는 계속해서 신나게 놀다가 저녁 참이 되어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우연히 거울을 보다가 저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어 있었던 것을 그제야 알아채게 된 겁니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아까 친구가 급하게 화장실 갔던 것과, 가기 전 저를 보고 잠시 멈칫 했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유도 그제야 알게 된 겁니다.
자세한 주변 기억은 이제 잊어버렸지만 그 거울 앞에서의 한순간에 느꼈던 부끄러움, 당혹감, 그리고 그런 감정들과 함께 뭔가 깨달음 같은 것은 그날 이후 깊게 제 안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린 마음에는 그럴싸하게 표현 못했지만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지요.
“타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는 것”
이 친구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자신의 모습을 한 번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죠. 그리고 친구가 가서 자기 모습만 확인하고, 제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던 것은 그 친구 나름의 저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
그날 어린 시절 한 꼬마의 마음에 중요한 삶의 지혜가 하나 새겨지게 되었던 겁니다.
“타인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라!”
우리가 제일 많이 상처 주고받는 사람들은 보통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가까이 있는 만큼 더 자주 보고 더 편하게 하고 더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많은 분들은 ‘그 사람이 제 삶의 십자가예요’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영성생활에서는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나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이유는 옛날 어느 날 그 꼬마의 마음에 깃들었던 하나의 지혜가 설명해 줍니다.
“타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라!”
…
오늘 하루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하느님과 더 깊은 영성생활로 이끄는 선물로 보며 지내보면어떨까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 잠시 멈추고 우리 마음의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 서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점검해 보는 겁니다. 한 꼬꼬마 마음에 하느님께서 새겨주셨던 지혜를 떠올려 보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나지막이 말해보는 겁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순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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