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 연중 32주 수 묵상강론 루카 17,11-19 [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우리가 우선적으로 싸워야 할 대상 ]
오늘 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티토에게 통치자와 집권자들에게 복종하고 순종하며 선행을 할 준비를 갖추게 하라고 당부합니다. 중상하지 말고 온순하고 관대한 사람이 되어 온유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한 때 욕망과 쾌락의 노예가 되어 악과 질투 속에 살며 고약하게 굴고 서로 미워하였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바오로의 과거모습에 대한 고백을 잘 묵상하다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의해 드러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한국이나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일어하는 일들을 보면, 사람들이 점점 더 통치자와 집권자에게의 복종과 순종에는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점점 더 온순해지지 못하고 관대해 지지 못하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나와 의견이 다르면 타협하기보다 오히려 더 극으로 치닫는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 하는 것에 점점 더 편협하게 집중하게 되는 사태가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지금 더 거대해 졌습니다. 이 시기를 사목자로서 예언자로서 살아가기에 정말 어려운 것은 분노에 대한 식별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세례자 요한 처럼 정의를 외치게 하는 의로운 본노와, 바오로가 조심하라고 권고하는 악과 질투 속에 느끼는 분노를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시대입니다. 분노는 우리가 자주 겪고 있고 또 성찰하며 고해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주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분노가 모두 나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혼자 힘으로 맞서기 어려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생각보다 더 큰 어마어마한 적과 맞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 시대의 악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SNS 속에 있는 알고리즘입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은 SNS의 알고리즘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SNS의 알고리즘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에 딱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유일하게 관심 갖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를 인터넷에 더 오래 머물러 스크롤을 내리게 하는가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인간의 한 행동특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신 오래 본다 것입니다.
뉴욕 대학의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도덕적 분노를 자아내는 단어를 트윗에 하나 추가할 때마다 리트윗 되는 비율이 평균 20퍼센트 증가하며, 가장 높은 리트윗 비율을 보이는 단어는 ‘공격’, ‘나쁜’, ‘비난’ 이었습니다. 퓨리서치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 게시글을 ‘분개한 반대의견’으로 채우면 좋아요와 공유되는 수가 두 배로 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SNS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인터넷에 더 오래 머물게 하도록 격노하게 만드는 일에 그 무엇보다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분노를 많이 일으킬 수록 참여도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SNS는 우리의 ‘증오를 습관화’합니다. 비난은 더 하고 이해는 덜 하는 이러한 태도는 오늘날 우리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정치에서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모두의 반응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익히 보고 있는 사태입니다.
묵상 중에 제가 묵상하는 시간과 유튜브에서 정치관련 피드를 보는 시간을 단순비교해 보았다. 압도적으로 유튜브가 승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구글이나 유튜브 연구실에서 하루종일 나를 어떻게 분노하게 할 것인가만을 연구하는 나보다 훨씬 똑똑한 수천 명의 천재들과 매일 SNS를 사이에 두고 전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매번 패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부터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우리의 분노가 모두 우리의 탓인것만은 아닌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혜로운 임금처럼 투항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싸움은 우리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는 우리가 무엇으로 싸워야 하는지 잘 말해줍니다. 바오로는 우리가 한 의로운 일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따라 하느님의 호의와 인간애가 드러난 그 때 우리가 구원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고 하느님의 인간애가 드러난 곳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 곳은 십자가 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SNS 보다 십자가를 더 자주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의 힘으로 사목자로서 예언자로서 진정한 의로운 분노를 일으켜야 합니다. 기도하는 자의 분노와 기도하지 않는 자의 분노는 다릅니다.
세상은 실망스럽고 우리를 자주 분노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우리를 분노하도록 하여 우리를 이용하는 자와 먼저 싸워야 한다. 거기에 이 시대의 악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제대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의노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저는 SNS보다 더 많이 십자가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조금 더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 SNS의 시대에 내던져 져 사는 여러분도 이 시대의 악과의 싸움에서 주님께 의탁하고 힘을 내어 이겨 나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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