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710 연중 14주 금요일 묵상 - 주님의 기도를 외우던 날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7. 10. 21:33

 

어제는 5일간의 교육관련 연수가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의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알지 못할 이유로 기간 내내 몸이 매우 아팠습니다.  수도원으로 돌아와서도 중요한 회의를미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다투며 책상에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이 깊어서야 미사를 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연수에서 미사를 드리기는 했지만 제가 주례하는 미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녁에 따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 잊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몸이 불편하고 지쳐서 잠시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곤 결국 스스로 목덜미를 잡고 경당으로 끌어갔습니다.

미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게 드리는 중에 주님의 기도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축 쳐진 어깨옆으로 들어올린 팔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중에 갑자기 고등학교 2학년 때 수녀님께서 하시는 교리반에서 주님의 기도를 배우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옆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심장병 어린이 센터가 있었습니다.  천주교 재단이었던 저의 고등학교는 교리반을 만들어 그곳 센터의 수녀님에게 교리반 교육을 위탁했습니다. 

제가 교리수업을 듣던 곳은  햇볕이 잘 드는 창이 있는 센터의 한 교실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때우는 이들, 조는 이들, 그래도 열심히 들으려고 하는 이들 각기각색의 스무 명 남짓 되는 남자 고등학생들을 앞에서 화이트 보드 옆에서 선 작은 수녀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미사 중에 떠올란 것 기억은 주님의 기도를 배우던 날이었습니다. 이 길지도 않은 걸 외워도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이유를 저는 당췌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더 짧은 성모송을 더 나중에야 외웠던 걸  감안하면, 무릇 기도문이란 짧을 수록 외우기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사도신경을 배우고 나서야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사 중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 짧은 순간동안 저는 그 때의 날로 돌아가 설익은 신앙의 향이 가득했던 그때의 제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뜨거운 아침 햇볕에 데워진 책상 같기도 하고, 눈도 못 뜨는 갓 태어난 강아지 같기도 한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주님의 기도를 눈을 질끈 감고선 떠듬떠듬 외우는 저의 모습이란. 저에게 첫마음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이어가면서 아무것도 지니고 가지 마라는 그날의 복음말씀이 교리를 듣던 그 시절 부터 지금까지 제가 무엇을 들고 이 길을 걸어왔던가 돌아보게 해주셨습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들고 걸어왔던가. 나는 지금 무엇을 들고 걷고 있나.'

주님의 기도를 외던 그 시절의 저로 부터 받은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하기도 하고 보드랍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한 그런 어떤 감정과 느낌은 미사를 하는 내내 저의 마음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또 그날 그런 저를 애가 씨게 조심조심 다루고 계셨을하느님의 손길도 보였고 그 또한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미사경문을 외는 걸 멈추고 손을 모아 한참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오늘 호세아 예언서에는 세상에서의 삶을 사는 동안 계속 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배신에도 다시 그들을 위해 주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나옵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에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나옵니다. 오늘 묵상하면서 하느님과 예수님의 그 마음들이 제게 어제 미사 중에 느꼈던, 옛날 교리수업을 듣던 그날 저를 행여 상할까봐 조심 조심 다루시는 하느님의 마음으로 느껴졌습니다. 

심하게 지치고 마음이 고단한 때에, 그 때 조금만 더 기운을 내어 하느님께로 한 걸음 나아가서 만나는 생각치도 못하게 주시는 감사한 은총을 한 번 더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오늘도 나를 보고 계시다는 위로도 체험합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도 그런 마음으로 만나고 그런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몇 시간 남지 않은 오늘을 보내며 내가 오늘 그렇게 살았던가 성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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