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년 7월19일 연중 16주일 묵상 - 기도하는 법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7. 18. 22:01


 
수도회에 소속된 신학생 수사님들은 신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을 맞으면, 교구소속 신학생 학사님들과 다른 일정으로 방학을 보내게 됩니다. 교구소속 신학생 학사님들은 소속 본당으로 가서 방학동안 본당의 사목에 함께 동반  하시지만, 신학생 수사님들은 일주일 가량의 휴가를 다녀온 뒤 수도회로 돌아와서 수도원에서 하는 사도직이나 일반 복지시설 같은 곳을 가서 실습 활동을 합니다.   
 
저희 수도회도 마찬가지인데, 부제품을 받은 해 여름 방학에는 특별히 출신본당에서 한달 가량 실습을 하게 됩니다. 처음 자신의 본당에서 사목활동에 동반하게 되는 것이지요. 매 방학 휴가 때 본당신부님께서 애써 신자 분들께 인사시켜 주시 않으시거나, 가족이 신자가 아니거나 하는 경우에는, 부제품을 받고나서야 처음으로 출신본당의 여러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작년 여름방학 동안, 저는 본당 실습을 허락해주신 주임신부님의 배려로, 아주 특별하고 감사로운 부제실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사, 강론, 봉성체, 병자성사, 신앙학교캠프, 그리고 레지오 훈화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고, 또 많은 감동스럽고 놀라운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제실습 기간 동안 여러 본당신자분들이 저에게 많은 질문을 해 오셨는데, 참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물어오셨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수사님,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기도 어떻게 하는거예요? 묵주기도도 하고, 감실 앞에서 조배도 하는데, 자꾸 딴 생각이 들고, 내가 기도를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기도가 하느님 하고의 대화라고 하는데 나만 자꾸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얼마나 도움이 되어 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저런 저의 기도 체험을 들려드리기도 하고, 기도와 관련된 좋은 책들을 소개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백컨데 그때도 말씀드렸고 지금도 말씀드리지만 저도 기도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만큼 잘 알지 못합니다.  
 
 
 
오늘 2독서는 저에게 아주 특별한 구절입니다. 아마 제가 가장 사랑하는 몇 장면 중 하나입니다. 어떤 기도든 시작하기 전에 자주 바치는 기도입니다. 수도원에 입회하면 보통 3년차 4년차 되는 해에 외부와 단절된 채 보내는 수련기라고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수도회의 역사나 영성, 기도 등을 배우게 되는 아주 고되지만 힘들지만, 복되고 은혜로운, ‘수도생활의 꽃’이라고 하는 시기입니다. 수련기 동안 제가 정말 힘들었던 것들 중 하나는 기도를 잘할 줄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생활, 관계, 공부 등 감당하기 어렵게 계속해서 몰려오는 많은 도전들 앞에서 유일하게 나를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도였는데, 하면 할수록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더 모르겠고 더 어려워만 지는것 같아서 얼마나 많은 밤 감실 앞에서 괴로워하고 또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제가 만난 구절이 바로 오늘 2독서 8장 26절 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의 가슴을 마구 흔들며 위로를 주는 구절이었습니다. 
 
 
그렇게 괴로워 하던 날들 중 이 구절을 읽었던 때 저의 마음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내가 그렇게 힘들게 기도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옆에서 나보다 더 괴로워하며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이가 있었구나.” “아, 내가 기도할 줄 몰라도, 성령께서 나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구나.”  
 
 
 
세상에는 많은 기도방법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모임에도 가고, 피정도 가고, 기도에 대한 특강도 들으며, 기도에 대해 더 잘 알고 더 제대로 바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기도를 어떤 방식으로 하든, 또 제가 기도를 잘 하든 못하든, 하나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도 하는 나의 옆에서 나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도는 내가 하는 것이지만, 결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함께 하시도록 초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저는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기도를 잘하고 못하고 때문에 저를 탓하거나 실망하는 일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기도는 나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의 가라지의 비유는 그런 기도의 아름다움을 잘 보증해 줍니다. 기도 중에 분심이 들고, 딴 생각이 들고, 유혹의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웨만해선 그런 것들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것이 없다면 그건 내가 하는 기도가 아닐 겁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도 안에 있는 부족함을 다 보고 계시지만 또한 우리가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과 모습도 다 보고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으십니다. 성령께서 우리가 기도할 때 함께 기도하시니 당연한 일입니다.  
 
혹시 기도할 줄 모른다거나 잘 기도가 안된다고 저처럼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할수 있는 만큼만 기도하면 되지않을까요.나머지는 성령께서 해주실 것이고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우리 기도도 기억해 주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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