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818 연중20주 수요일 묵상 - 맨 나중에 온 사람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8. 20. 23:57

 

 

 

 

 

"저는 뭐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신앙이 깊어서 가는 것도 아닌데, 정말 제가 수도자로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 이런 걱정을 나누니 듣고 있던 분이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야, 니가 가서 뭐 잘 안해도 니가 거기 가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한테 주는 게 있으니 걱정 마라."

 


 

그저께 15년 만에 우연히 연락이 닿은 동생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다음 날 바로 만났습니다.

오랜 세월을 다 담을 수 없는 짧은 시간은 아쉽게도 참 빨리 지나갔고, 저는 함께하는 청년들과 미사를 해야 할, 동생은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금새 다가왔습니다.

 

청년들과 제대를 차리는 중에 문득 권유한 미사에 동생은 선뜻 함께 하겠다고 했고, 그것은 동생이 15년 만에 드리는 미사가 되었습니다. 동생은 미사 전에 고해성사도 보았지요.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잊어, 눈치를 보며 웃는 동생의 얼굴이 참 정겨웠습니다. 

조촐한 우리들의 미사는 아름답고 감사로웠습니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마태 19,2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늘나라로 비유하신 포도밭 주인의 말입니다.

 

만약 제가 아침 일찍부터 불려 일하고 있는 일꾼이었다면 어땠을까 문득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큰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실히 긴 시간 일한 것도 아니며 애써 일 하게 해달라고 매달린 적도 없는 이 '맨 나중에 온 사람'이, 하루가 끝날 때 나와 똑같은 몫을 받을 것이란 걸 제가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마 포도 밭에서 일하는 하루는 제게 분명 너무나 길었을 것이고 저는 못마땅한 불평을 잔뜩 하며 지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도 곱게 보이지 않았겠죠. 

 

그런데 오늘 긴 세월이 지난 끝에 성사를 보고 미사에 함께 했던 동생을 생각하며, 문득 이 포도밭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과 비교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 그 자체에서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비결은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 오늘 생각하게 해 주십니다.

 

우리 안에 깃드는 사랑은 참 많은 것들의 비밀열쇠인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함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더 줄이고, 하느님의 좋은 도구로 쓰일 것이라는 믿음을 더 가져야 하겠다고 다짐도 하게 됩니다.

 

 

여러분과 이 믿음 함께 키워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