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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6 연중 21주 수요일 묵상 - 세상의 어긋남은 누구의 책임?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8. 26. 17:56

 

 

20200826 연중 21주 수요일 묵상  - 세상의 어긋남은 누구의 책임? -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설전」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드물게 있었던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의 대화를 기록한 책인데, 주로 후학인 법정 스님이 질문하고 성철스님이 대답하는 형태로 되어있었습니다.

 

사흘 동안 어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이 책에 기록된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존경받을 두 스님의 대화는, 불교를 잘 아는 이나 그렇지 않은 이에게 모두 귀중한 메세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런 대화가 있었습니다.

'물질만 자꾸 발달하면서 인간이 자신을 상실하고 악행이 많아지는 이 세상이 어디서 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을까요' 라는 법정스님의 성철 스님에게 질문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라 대답하시겠어요?

성철스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 그렇게 된 근본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하면, 정신적인 지도자 역할을 맡고 있는 종교인에게 있다고 봅니다. 누가 살인하고 강도짓을 했다면 그 사람한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종교인이라는 사람들이 참다운 지도를 하지 못하고 참다운 행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근본 책임이 종교인에게 있다고 봅니다. 절대로 죄를 저지른 사람한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설전」의 '깨긋하고 맑은 거울하나' 편에서 )

 

맞는 말씀이라며 독립된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모순 안에 책임이 있으며, 우리가 종교인이므로 우리 '종교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대답하는 법정 스님을 질책하듯이 성철 스님은 한 번 더 힘을 주어 말합니다.

 

"종교인에게도'가 아니지요. '에게도'가 아닙니다. ... '종교인자체다 그말입니다. 성직자 그 자체다 말입니다."

 


 

처음 이 대답을 읽었을 때에는 조금 과장되거나 종교적으로 편중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회에 많고 많은 사람들과 많고 많은 사연들이 있는데 이 스님은 어찌 종교지도자들만 놓고 이야기를 하셨나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어제와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 대답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과연 지금 세상의 어긋남이나 악행들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성철 스님을 통해 '이것이 너의 책임임을 너는 얼마나 절실히 느끼고 있느냐? 종교 지도자라는 자리가 얼마나 엄중한 자리인줄 제대로 알고 살고 있느냐? '라고 소리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저 스스로의 자리에 대해 너무나 안이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하고 있었다는 큰 반성의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생각할 수록 그랬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강도 살인을 하는 누구누구를 탓하고,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누구누구를 욕하고 하는 것은 수도자 뿐 아니라 세상사람 누구나 하는 일입니다. 미사 시간에 '내 탓이요'라고 가슴을 치는 것은 성직자 뿐 아니라 어느 가톨릭 신자라도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의 아픔들이 '내가 바른 행동을 못해서요, 내가 바른 모범을 보이지 못해서요, 내가 바르게 지도하지 못해서요.'라고 통절한 마음으로 느끼고 고백을 하는 일은 저를 포함해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다른 누구가 아니라 수도자들이, 성직자들이, 그리고 모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먼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세상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세상에게 미안해 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제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위선적인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겉과 속이 다름을 꾸짖으십니다. 그리고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당당히 자신들의 모범을 따르라고 합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각자의 자리 모두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그 자리가 커 보이지 않을지라도 각자의 자리의 중요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모범적으로 제대로 서 있는 것은 , 각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하느님 백성이 모여 교회를 이룬다고 고백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을 통해 참 종교지도자로서의 삶, 참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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