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10306 사순 2주 토요일 성모신심미사 묵상 - 엄마가 된다는 선물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3. 5. 23:24

 

20210306 사순 2주 토요일 성모신심미사 묵상

- 엄마가 된다는 선물 -

 

지난해 말 수도회 인사발령이 준비 되던 기간동안 저와 관련 하여 몇 가지 소임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에 행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소임은 부신학원장 겸 지청원장이었습니다. 수도회의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면, 신학원은 신학교에 다니는 저희 수도회 수사님들이 생활하는 양성소를 뜻하는 것이고, 지청원장은 입회 1년차인 지원자 수사님들과 2년차인 청원자 수사님들의 동반을 책임지는 직책을 일컫는 말입니다.  

 

겨우 1년 전까지 양성을 받는 학생수사 신분이었다가, 서품 받고 나온지 1년만에 양성을 책임지는 양성장의 소임을 맡게 된 겁니다. 당연히 마음으로 오는 부담감은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서품 2년차에 양성장을 맡으면서 겪는 어려움에는 큰 선물도 함께 있음을 요즘 묵상하면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사람 모인 곳에서 항상 겪게 되는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수도회에 산다고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도자들은 이 문제를 더 잘 다루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기 때문에,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더욱 어려움을 겪으며 삽니다. 저 역시 수도생활을 하는 동안 부단히 노력하긴 했지만, 노력만큼 제가 성장했는가 하고 돌아볼 때는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낮은 자리에 서고, 저 자신 보다 주변 형제와 하느님이 더 빛나게 하고, 저 자신 보다 다른 형제의 필요에 더 관심을 두고, 조금 더 양보하고 희생하며 피해보며 사는, 하찮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고는 있지만 돌아보면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양성장이 되어 신학원에 와서 학생수사님들과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주 어느 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저녁기도 시간에 기도하는 학생 수사님 한분 한분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들이 끊이지 않고 떠올라 묵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에 대해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뭐지? 내가 엄마가 된 것 같네."

 

감히 세상 어머니들의 마음에 비길 것은 아니지만, 엄마들의 마음이란 대충은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에 이어서 저는 큰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보게 되었던 겁니다. 작년 서품받기 전까지 학생수사 신분으로 다른 학생수사님들과 이 곳 신학원에서 살아온 10년 동안, 단 한번도 그때 제가 이 학생 수사님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요. 저 나름은 주변의 형제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하며 살려고 노력해 왔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 부끄러워 졌습니다.

 

그 두 마음의 차이에서 저는 제가 갖고 있던 교만, 질투심, 경쟁심, 복수심, 자기비하, 열등감 등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양성장이라는 소임을 맡게 되면서 받은 큰 선물임을 알게 되었고 감사드렸습니다.

 


 

오늘 첫 토요일 신심미사 복음에서 우리는 엘리사벳을 만나는 성모님의 기쁨을 묵상하게 됩니다. 엄마가 되길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을 저는 평생 알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된다는 것에는 하느님의 큰 선물이 함께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의 앞에 새로운 사랑의 영역이 열린다는 것이고, 새로운 만남의 기쁨을 갖게 된다는 것이며, 저절로 더 사랑의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 두 마음이 만나는 기쁨을 오늘 복음은 보여 줍니다. 그래서 성모님에 대한 묵상은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우리 학생 수사님들을 위한 하느님의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부족함을 잘 살피고 그 자리를 성모님의 엄마의 사랑으로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기도도 청하고 싶습니다.

 

 

 

 

 

 

 

 

 

 

 

 

#가톨릭 #묵상 #기도 #복음 #말씀 #독서 #예수성심 #사랑 #십자가 #수도회 #천주교 #강론 #매일미사 #놀이터에서묵상하기 #mooksa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