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30407 성금요일 "테네브래"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3. 4. 7. 22:07

 

 

 

우리 천주교의 오랜 전통에는 아름다운 전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쉽게도 일부는 여러 이유로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잊혀져 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테네브래 라는 전례입니다. 저도 가까운 신부님의 글을 통해 최근에야 이 전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테네브래, 라틴어로 그림자를 뜻합니다. 한국어로는 암흑기도, 어둠기도 등으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테네브렌는 4세기 쯤부터 가톨릭 교회 안에서 행해져 왔습니다. 테네브래는 부활절 전 성삼일 중에 특히 오늘 성 금요일에, 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성경 봉독과 그와 연관된 찬미가나 노래를 부르기를 계속 번갈아 가며 바치는 예식 입니다. 유튜브에 "tenebrae service" 로 검색하시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수도원들에서 수사님들이 바치는 테네브래의 아름답고 은혜로운 영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전례적으로 오늘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이 주님 수난예식을 바치면 저녁기도는 하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이 저녁기도 대신 대신 이 테네브래를 바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불꺼진 성당에서 주님 수난의 길을 따라 성경을 봉독하고 그에 맞는 성가를 부르는기를 반복하는 기도. 또는 음악 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성삼일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빛으로 오는 희망의 의미를 잘 새길 수 있는 기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성금요일은 유일하게 미사가 없는 날입니다. 이 날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 끝의 죽음을 묵상하고 십자가를 경배합니다. 그런데 오늘 밤을 지내면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지내는 이 밤은 세상에서 단 한 번 뿐인 유일한 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죽으셨던 이 밤은 사람들이 아직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하지 못했던 밤이었고, 그날 밤은 이후 단 한 번 뿐인 유일한 밤이 되었습니다. 부활을 경험하지 못한 인간이 예수님의 죽음을 맞이했던 밤. 세상에서 단 한 번 뿐인 유일한 밤이었습니다.

제자들이 맞았던 밤은 영원할 것 같은 어둠이 지배하는 밤, 희망이라 믿었던 것이 허무하게 사라진 밤, 내 모든 것을 걸었으나 송두리채 무의미하게 사라진 것 같은 밤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참으로 믿기지는 않지만 생전 예수님의 말씀만을 붙잡고 빛을 기다리던 밤입니다. 그 절실한 믿음의 밤. 두려운 기다림의 밤. 꺼진 것 같은 빛을 기다리는 애타는 밤입니다.

오늘 우리가 맞는 밤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내일이면 부활을 기뻐할 것을 이미 압니다. 이 밤이 지나면 빛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도 이미 우리는 압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제자들의 그 간절한 밤을 똑같이 맞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그런 간절한 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가 맞이하는 오늘 밤도 제자들의 밤과 마찬가지로 절실한 믿음의 밤, 두려운 기다림의 밤, 꺼진 것 같은 빛을 기다리는 애타는 밤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제가 부활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해도 제 앞에는 변함없이 나를 의심하게 하고 두려워하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삶의 문제들이 여전히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와 함께 이 밤을 맞이하는 여러분도 크건 작건 저와 같은 마음이실 꺼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밤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 삶에 놓여진 어려운, 실망스러운, 절망스러운 일들 앞에서, 오늘 밤 예수님의 마지막 발자취를 생각하며 찬미의 노래를 불르며 짧게라도 나만의 우리만의 테네브래를 바쳐봅시다. 작게나마 우리 마음에 이미 켜 져 있는 부활의 불을 들고 이 밤을 보냅시다. 이미 받은 부활이라는 선물을 들고 우리 앞에 희망의 불이 밝게 밝혀질 것을 믿고 이 밤 함께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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