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10627 연중 13주일 묵상 강론 - 믿음과 능력이 부족해도 - 마르 5,21 - 43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6. 28. 15:11

 

20210627 연중 13주일 묵상 강론 - 믿음과 능력이 부족해도 - 마르 5,21 - 43

 

 

오늘 복음은 특별히 우리에게 매우 인상적인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만약 오늘 믿음이 부족하다 고민하시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힘들어하고 계시다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 가지 장면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장면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배를 타시고 건너편으로 가신다'로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과 관계하시며 우리를 위해 하시는 모든 활동의 시작은 '길을 떠나 나섬'입니다. 강생의 시작도 그것이고, 공생활의 시작도 그것이며, 죽음과 부활도 그러합니다. 대부분의 일리아드나 오딧세이 같은 인문학의 고전은 주인공이 길을 떠나 나서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현대판 설화라 할 수 있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구약의 아브라함이나 모세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길을 떠나 나섬은 모든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개인에게도 길을  떠나 나섬은 매일의 삶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아들로써, 직장인으로서, 수도자로서, 여행자로서, 형제로서, 다양한 나로서 나는 매일 집으로, 직장으로, 경당으로, 낯선 곳으로, 타인의 마음으로 쉼없이 길을 떠나 나서고 있습니다. 나의 그런 길을 떠나 나섬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일은 우리가 스스로를 성찰하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길을 떠나 나섬이 갖는 의미를 찾는 일은 그리스도인의로서의 특별함을 찾는 것임과 동시에, 그리스도인이 아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갖게 되는 의미있는 작업입니다. 

 


 

수도자로서 길을 떠나 나서는 우리는 자주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해 심각히 도전 받습니다. 나의 믿음은 왜 이리 약한가, 나의 능력은 왜 이리 부족한가 등을 저는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경우 실망하거나 좌절하거나 분노하기도 합니다. 아마 열심히 사시는 여러분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이어 나오는 두 가지 장면은 그런 문제에 대한 우리의 고뇌에 따듯하게 대답해 줍니다.

 

두 번째 장면은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믿음의 부족함'에 대한 희망의 메세지입니다. 야이로는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딸이 낫게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믿음에 있어 그와 잘 비교되는 인물이 나옵니다. 루카 복음 7장 7절에 나오는 백인 대장입니다. 야이로는 집에 다다르기 전에 딸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에게 이제 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백인 대장은 아예 오실 필요도 없이 한 말씀만 하시면 나을 꺼라고 말합니다. 백인대장의 믿음이 분명히 더 깊어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의 크기와 상관 없이 두 사람에게 모두 은총을 베푸십니다. 

 

그러나 야이로의 믿음이 백인 대장 보다는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는 겸손히 청했고, 예수님의 능력을 믿었으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지위와 체면과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예수님께 엎드릴 용기가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처럼 고난 속에 기도의 힘을 믿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부족한 믿음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 갈지에 대해 힌트를 줍니다.

 


 

세 번째 장면은 하혈하는 여인이 낫는 장면과 야이로의 딸이 살아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능력이 부족함'에 대한 희망의 메세지입니다. 12살이라는 것과 12년 동안 하혈 했다고하는 12라는 숫자 외에는 비슷한 점이라곤 없습니다. 이들이 은총을 받은 과정도 매우 다릅니다.  여인은 자신의 온전한 믿음으로 구원 받았습니다. 그러나 야이로의 딸은 무엇으로 구원 받았습니까? 아버지의 믿음에서 였습니다. 자신의 믿음에 의해서건, 다른 이들의 믿음에 의해서건 그들은 모두 예수님께 은총을 받았습니다. 

 

나의 믿음도 중요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다른 이들의 믿음도 중요합니다. 나는 어떤 면에서 부족하지만, 우리는 교회 안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고 교회 안에는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나를 모르지만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죽은 이와 서로 기도하는 통공이라는 아름다운 기도의 전통까지도 있습니다. 내가 부족하다 느낄 때 교회의 힘을 믿고, 또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까지도 기도하는 일은 교회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교회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힘있게 만듭니다. 이런 일은 세상 안의 다른 공동체에서는 보기 힘든 교회라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묵상글을 읽으셨다면 지금 또 하나의 길을 떠나 나섬이 시작되셨겠지요. 그 여정에서 여러분의 부족한 믿음이나 능력은 큰 장애가 되지 않으실겁니다. 이건 제가 저에게 해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여러분을 위해 지금 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기도도 부탁드려요. 하느님 안에서, 교회 안에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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