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 연중 31주 화 묵상강론 루카 14,15-24 "하느님 초대장에 잘 응하려면"
최근 여러분의 마음을 설레게 한 초대장은 무엇이었나요?
최근 저의 마음을 설레게 한 초대장은 두어 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매년 9월 즈음이 되면 오는 초대장입니다. 딱히 저에게 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치 제가 받은 것처럼 설레이고 기대하게 됩니다.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초대장입니다. 물론 제가 앞으로 그걸 받을 일도 거기 갈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제품이 나올지 어떤 기능이 어떻게 구현될지 매번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또 다른 하나의 초대장은 딱 저를 찍어 오는 초대장입니다. 묵상으로의 초대장입니다. 수도자인 주제에 무슨 묵상을 초대장을 받고 가냐며 이번에도 웃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이런저런 해야 하는 일들은 수도자들에게도 당연히 주어집니다. 그리고 종종 그런 일들은 범람합니다. 그런 일들에 쫓겨 지내다 보면 제대로 된 묵상을 못하기 일쑤입니다. 기도가 담겨 있지 않으니 어느새 저와 저의 일들은 메마르게 됩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이 말은 저의 묵상에도 그대로 해당됩니다. 집회서 4장 12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삶을 사랑하며 지혜를 찾아 부지런한 사람은 기쁨으로 가득 차리라."
하지만 이 묵상으로의 초대는 마냥 설레이지만은 않습니다. 긴장이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잔치는 마냥 먹고 마시는 즐기기만 하는 자리가 아니니까요. 뭐 그래도 이 초대는 항상 좋습니다. 하느님의 잔치상에 초대된다는 것은 때로는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때로는 응하기도 어렵습니다. 응하고서 결과가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기 일쑤였지만 그렇다고 후회했던 일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응하지 못하고 지나서 후회한 일은 많았지요.
그러면 이제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예수님이 하느님께로 부터 받은 가장 큰 초대장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십자가로의 초대였습니다. 이 초대는 예수님께 달가운 것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겟세마니에서 예수님은 이 초대장 때문에 밤새워 피땀을 흘리며 고뇌하셨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예수님은 이 초대에 응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마 짐작건대 분명 지금 후회하고 계시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하느님의 초대장을 잘 발견하고 거기에 용기있게 잘 응하는 지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역시 저에게 그것은 묵상인 것 같습니다. 묵상을 통해 우리는 성령의 위로와 지혜와 용기로 연결되게 됩니다. 묵상 중에 저는 오늘 내가 하느님께 받은 초대장을 알아채고, 때로 쉽지 않은 초대장을 받은 위로를 얻고,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도 얻습니다. 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기도 합니다.
오늘도 잠시 몇 초라도 시간과 장소를 내어 묵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지나온 길 주변에는 풀지 못하고 지나온 초대장들이 꽤 많습니다.
'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 루카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1111 연중32주 월 묵상강론 루카 17, 1-6 [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 내 삶의 궁극의 무기 ] (2) | 2024.11.10 |
---|---|
20241108 연중 31주 금 묵상강론 루카 16,1 - 8 “영리한 집사처럼 산다는 것” (0) | 2024.11.09 |
20241021 연중 29주 화요일 묵상강론 루카 12,35-38 [전쟁과 같은 그리스도인의 기다림] (0) | 2024.10.26 |
20241011 연중 27주 금 묵상강론 루카 11,15-26 “깊은 믿음이 생기는 곳” (3) | 2024.10.09 |
20240913 금요일 연중 23주간 성 요한크리스토모 주교학자 기념일 루카 6,39-42 [내 마음 속 화장실 거울로 간다는 것] (1) | 2024.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