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1 부활 7주 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묵상강론
루카 1,39-56 "성모님의 걸음은"
"준정씨, 이거 현금하고 같은 거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된다!!"
신입사원시절 어느 날 저는 CD( 양도성 예금증서) 두 장을 모처에 전해주라는 이야기를 과장님에게 들었습니다. 그게 뭔지 알아보기도 전에 제 귀에는 과장님의 다음 이야기가 꽂혔습니다.
"76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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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억! 이 두 장이 76억이라니... 내 월급으로 평생을 모아도 근처에도 못 갈 엄청난 금액이었습니다. 처음보는 그 두 장의 CD를 봉투에 잘 봉해서 다른 한 직원과 함께 사무실을 나서 길을 떠났습니다. 사랑에 빠졌던 시기에 잠시 평소와 달라보였던 사무실 옆 나무가 그 날 다시 또 달라보였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다 나를 보는 것 같고, 도로 위의 차들이 다 나의 차로 달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에서 봤던 것 처럼 서류봉투에 수갑이라도 채워 저의 손목 한쪽에 걸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모처에 도착해 무사히 그것을 전해줬을 때 갑자기 느껴졌던 해방과 안도의 느낌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가는 동안의 저의 긴장과 두려움의 걸음은 돌아오는 동안 기쁨의 걸음으로 바꼈습니다.
...
중요한 것을 품고 길을 떠나는 것은 기쁜 걸음일 수도 있지만, 긴장된 걸음일 수도 또 두려움의 걸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날이 그랬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예수님을 품고 다니셨던 성모님의 걸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성모님께서 참 인간이셨던 만큼 조금이나마 인간적인 걱정이나 의심이 있었다면, 아마 오늘 엘리사벳을 만나 그런 것들에게서 벗어나 해방과 안도의 느낌을 얻으셨을 것입니다. 즈카르야의 집을 떠나 본가로 돌아가는 성모님의 발걸음은 갈때보다 더 큰 기쁨의 걸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묵상에 관해서라면 아무래도 총각인 저는 임신의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는 감히 따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엄마 태중에 있는 아이는 그 어떤 아이라도 76억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중요한 존재일 것이고, 성령으로 잉태하신 성모님 태중의 아이는 더욱더 그러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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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에 성모님의 사랑을 기리는 신심은 그래서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품으며 그것이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함께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얼마나 아름답고 기쁜 것인가 보여주는 오늘 방문축일도 참 소중하고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각자가 걸어왔던 긴장과 두려움의 걸음이 그런 만남 안에서 기쁨의 걸음으로 바뀌었던 경험은 아마 우리 모두 한 두번 겪은 것이 아닐겁니다. 하느님 말씀을 품은 서로의 만남으로 서로의 걸음을 기쁨의 걸음으로 바꾸는 아름다운 경험을 하는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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