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태복음

20220803 연중 18주간 수요일 마태 15,21-28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8. 3. 00:36

20220803 연중 18주간 수요일 마태 15,21-28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제 호수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의 기적사화에 대한 강론 말미에서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잠시 함께 살펴 보았습니다. 믿음은 강렬한 신앙적 체험에서 오기도 하지만, 더 깊은 믿음은 그 체험이 지나간 고요한 광야에서 자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초대교회의 요한 크리스토모 역시 마태오에 대한 강론에서 광야를 '고요의 어머니'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지난 제 삶을 돌아보아니 제가 제 삶의 광야에 머물렀던 시기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노해 시인의 첫마음이라는 시에는 이 광야가 다음과 같이 참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저도 지난 서 너달 광야를 지나왔고 지금은 그 동안 제 안에서 어떤 것들이 자라고 있었는지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많은 은총 중에서도 믿음이 조금 더 자라고 있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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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관해서라면 고등학생이었던 예비자 시절이었던가 감명깊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들이 하느님이나 교리를 알아야 얼마나 아시겠나? 그래도 그분들은 종일 일하는 동안 주모경을 외면서 일하고 그렇게 꼬깃꼬깃 번 돈을 성당에 봉헌한다. 그 분들은 참 대단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 이야기는 지금보다 더 감수성이 깊었던 그 시절의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믿음이 참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에 와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이 이야기가 저에게 이제는 도전적인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같은 질문입니다.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야기 속 시장의 할머니 처럼 우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는 4대 교리도, 성경이며 전승도, 예수님도 잘 모르면서 가톨릭에 대한 참다운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데 대한 답을 찾기위해 오래 고민했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은 복음에 등장하는 가나안 여인의 예수님에 대한 믿음의 고백 때문입니다. 이 이방인 여인은 이스라엘의 믿음과 예수님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예수님에게 믿음을 고백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은 이 여인의 믿음에 놀라시며 칭찬하셨습니다. 이 여인에게서 이야기 속 시장의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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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 교부들은 믿음의 내용을 믿음의 행위와 구별했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처럼 믿음의 내용이 믿음의 행위로 이어지는 데에는 땅의 역할이 큽니다. 좋은 땅에서 좋은 열매가 열립니다. 그런데 좋은 땅에서 잘 자라는 것은 믿음의 열매 만이 아닙니다. 좋은 땅에서는 여러 좋은 것들이 다 잘 자랍니다.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좋은 마음에서는 믿음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다 좋게 자랍니다. 좋은 마음에서는 하느님 또는 4대 교리같은 믿음의 내용만 좋은 믿음의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마음 안에서는 다른 많은 것들도 좋은 믿음의 행위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의 내용을 잘 모르는 시장의 할머니에게서도 좋은 믿음의 행위는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이스라엘의 믿음이나 예수님이라는 믿음의 내용을 잘 몰랐던 이방인 여인에게서도 예수님을 탄복시킨 믿음의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이것은 제가 믿음이 부족하지만 수도자의 길을 걸어 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예수성심의 선교사로서 교회 밖의 사람들을 만날 때, 이 '좋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믿음의 행위'는 그들 안에 이미 존재하시는 하느님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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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광야에 대한 묵상을 통해 어렴풋이 보게 됩니다. 믿음은 광야의 고요속에 하느님께서 뿌려주시는 씨에서 온다는 것. 그리고 깊은 믿음이란 벽돌이 쌓이듯 낮은 것이 높은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마음이 좋은 마음이 되어가는 변화에서 온다는 것을요. '좋지 않은 마음이 좋은 마음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 그것을 우리 예수성심전교수도회 가족들은 마음의 영성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하루도 잠깐씩 광야에서 믿음 깊어지는 하루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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