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태복음

20220823 연중 21주간 화요일 마태 23,23 - 26 “위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8. 23. 20:44

20220823 연중 21주간 화요일 마태 23,23 - 26 “위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위선이라는 것은 대단히 나쁜 일이고 나에게서나 남에게서나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죄악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나 남이 위선자라는 것을 알아채는 일은 실제로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나의 위선을 알아채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중에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라는 구절을 접할 때면 항상 저는 30대 초반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다녔던 한 대형마트로 돌아가곤 합니다.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생활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어느새 저는 그램 당 얼마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는 자기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질은 떨어지더라도 조금이라도 싼 것들을 골라 카트에 담는 것에는 어떤 종류의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필요한 상품이 할인행사에 있기라도 해서 사면 거기에선 회사에서는 잘 느껴보지 못했던 어떤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소비패턴을 짚어보다 이상한 장면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주류 코너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한 두시간 동안 꼼꼼히 100원 200원 아껴가며 꼭 필요한 것들만 장을 보는 저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주류 코너에 가서는 그만한 노력 없이 2만 원 3만 원 하는 술을 집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거 한 병 안사고 아끼면 그 긴 시간 눈 아프고 허리 아프게 가격 비교를 안 하고 편하게 장 봐도 되는데라고 후회하며 집에 가는 일도 많았습니다.


나는 왜 싼 것들은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려고 시간과 노력을 쓰면서, 비싼 술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살펴보니 제게 “이건 어차피 비싼 거니까 그냥 조금 비싸게 사도 큰 차이는 없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식은 어디서 제게 온 것이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이든 저의 주의를 크게 끈 것은 “나도 모르게 나에게 들어와 있는 인식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에 저는 매우 놀랐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선함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자기들이 위선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고, 자신들이 정말 열심히 산는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여기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그런 왜곡된 인식이 자기 안에 있는 것도, 또 그것들이 어디서 들어왔는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정말 복음 말미의 말씀처럼 눈이 먼 것이지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우리에게 들어와 있는 인식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왜곡된 인식은 많은 경우 나의 그런 인식들은 다른 이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또 알 수 없이 나를 힘들게 하는 정서적인 어려움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 세대라면 대부분 어릴 때 가졌던 “일본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야”, 라던가 “남자는 울면 안 돼”라던가 하는 것들이 왜곡된 인식의 예가 되겠습니다. “수도자는 항상 단정하고 착한 선택을 해야 해”라는 인식도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위선에서 벗어나는 일은 나의 왜곡된 인식들을 찾아내어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그것을 복음에서는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안에서 나를 지배하고 있는 왜곡된 인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아, 그런데 어쩌면 ‘오늘 하루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해’라는 것도 왜곡된 인식일 수 있겠습니다. 그럴 땐 좀 쉬시면서 아버지를 떠나 놀다가 다시 아버지께 돌아가는 작은 아들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께 돌아가는 길은 최고의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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