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11128 대림 1주 주일 묵상강론 " 미사가 처음인 분들에게" 루카 21,25 - 28, 34-36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12. 1. 13:34

20211128 대림 1주 주일 묵상강론 " 미사가 처음인 분들에게" 루카 21,25 - 28, 34-36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혼모의 집에 있는 몇 분 어머니들을 만나, 인문학 강의나 영성강의 시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엄마들 대부분은 다른 종교를 갖고 있거나 아예 종교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 그 곳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어떤 경우에는 다 처음 만나는 분들인 경우도 있어, 아직도 그곳에 갈 때면 저는 여전히 처음 갔던 날처럼 긴장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몇 일 전 강의에서는 함께 한 네 분의 어머니들 중 세 분이 처음 만나는 분들이었습니다. 쭈뼜쭈뼜 시작한 강의는 다행히 엄마들의 수줍은 때론 장난스런 웃음으로 금새 부드러워졌고, 저도 함께 웃으며 시작 때보다 한 결 가벼운 마음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후에 그곳 수녀님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들도 미사에 초대할까 해서 강의 중에 물어보았더니, 한 분은 어릴 적에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았다가 지금은 개신교로 바꾸셨고, 다른 분들은 종교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저런 준비한 내용으로 서로 한참 웃으면서 강의를 끝낼 즈음, 엄마들에게 미사에 함께 하고 싶거나 제가 아기에게 축복해 주기를 바라는 분이 계시면 오시라며 초대 했습니다.

강의를 끝마칠 무렵에는 마치 모두 다 올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작고 아늑한 거실에서 모여 미사를 시작할 때에는 단 한 분의 엄마만 수녀님들 사이 제대 맞은 편에 앉아 계셨습니다. '강의 때 드린 초콜렛 다시 받아야겠어요' 라고 투정부리는 저의 말에 함께 웃으며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씀의 전례가 진행되는 동안 한 엄마가 아기를 안고 슬쩍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한 분의 초대가 더해지며 다른 엄마들이 오기 시작했고, 성찬의 전례 때에는 그곳에 계신 수녀님들, 직원 분들, 엄마들, 아기들 모두가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론을 시작할 즈음 갑자기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신자가 아닌 엄마들을 초대해 모셔 놓고는, 안그래도 생전 처음 듣는 독서나 복음말씀 때문에 어색하실 분들께 수녀님들 대상으로 준비한 종말에 대한 강론을 하려고 하니,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는데, 그 순간 따뜻하게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저는 강론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여기 성당 안 다니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독서나 복음 방금 들어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죠?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세례를 받아서, 지금 여러분 어떤 느낌인지 잘 알아요. 그런 거 너무 신경 안쓰셔도 되고요, 음, 우리가 지금 드리는 이 미사를 어떻게 표현해 드리면 좋을까요?

여러분, 만약에 세상에 막 큰 재난이 와서 온 세상이 다 얼어 붙고, 한 엄마와 그 아기만 살아남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엄마 손에는 이제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성냥이 있고, 그 앞에는 포대에 쌓인 아기와 초 하나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엄마는 곧 죽게 되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그 순간 얼어붙은 손으로 성냥을 켜서 아기를 가까이 초를 놓고 불을 붙여주어요. 여러분도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러시겠죠?

바로 그 때에 마지막 하나 남은 성냥으로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아기를 위해 초를 밝히는 엄마의 마음, 그런 마음을 거룩함이라고 해요. 우리가 지금 드리는 미사는 그런 거룩함과 관련되는 것이예요. 세상에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또 여러분이 사랑하는 이들이 있죠? 지금 함께 있는 아기들 처럼요. 여러분 미사 잘 모르시겠지만, 여러분을 사랑하는 또 여러분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위해서 저와 함께 온 정성과 힘과 마음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미사 동안 여러분들과 여러분 아기들 위해 온 정성과 마음을 모아서 드릴꺼예요."



엄마들에게 강론 내용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겠지요. 그래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또 아기와 자기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정성과 마음을 모아 무언가 했다는 그런 거룩함에 대한 기억은 분명히 그들의 기억과 마음에 남았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그들의 그런 거룩함과 함께 봉헌드린 정성과 마음을 다한 미사의 기억은 저의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엄마들이 나중에, 자신이 과거에 했던 선택이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나눔과 배려와 사랑이 저와 우리와 세상에으로부터 솟아나도록, 거룩함 안에 머무는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함께 기도해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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