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2022010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묵상강론 마르 6,34-44 " 익숙함을 벗은 자리"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1. 4. 14:26

2022010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묵상강론
마르 6,34-44 " 익숙함을 벗은 자리"


"아니 넌 뭘 그렇게 계속 찍어대니?"

옆에 계신 신부님의 핀잔이 또 시작됩니다. 요즘 잠시 다른 신부님의 사도직을 대신 하기 위해 낯선 곳에 와 있습니다. 처음 와 본 곳이라 생소한 풍경들이며, 처음 만나는 분들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 소식을 전해드릴 겸, 또 저의 디지털 일기장에 하루를 기록해 둘 겸, 이런 저런 사진을 찍어두는 일이 지난 몇일 간 부쩍 많아졌습니다. 여기 사시는 분들은 그런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시기도 하고 웃으시며 한 말씀 하시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도 그곳이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풍경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진귀한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 차이를 만든느 것은 각자가 가진 익숙함입니다. 또 사진 찍냐는 핀잔 속에서 지내는 요즘 저는 오늘 복음을 읽으며 익숙함에 대해 마음을 모아 묵상하게 됩니다. 곰곰히 돌아보니 다른 모든 것들처럼 익숙함 역시 내가 어떻게 쓰는 가에 따라 보물이 되기도 하고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익숙함은 우리의 영적인 성숙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만큼 또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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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이 익숙함이라는 필터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예수님의 시선을 만납니다. 마르코 복음 6장 34절에 이 것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이 문장을 묵상하며 예수님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예수님의 시선을 따라 따라가게 됩니다. 유다의 많은 영적인 지도자와 정치 권력가가 매일 같이 보던 풍경을 예수님은 익숙함이라는 필터를 걷어내고 바라보십니다. 그 곳에서 같은 시간을 살며 같은 풍경을 보았지만 예수님은 당신 성심의 눈으로 그 익숙함을 걷어내고 그것을 새롭게 바라보십니다. 그렇게 익숙함이라는 필터가 드러난 곳에 자리잡게 되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었습니다. 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예수성심의 가장 가운데 있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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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의 주변을 잠시 다시 돌아봅니다. 얼마 전까지 머물었던 곳과 사람들, 지금 머무는 곳과 사람들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그리고 성찰해 봅니다. 혹시 나의 익숙함이 예수님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할 자리를 뺏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순간의 풍경과 사람들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만나야 하는데, 혹시 좋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나 주고 받았던 상처 때문에 내 안에 익숙해져 버린 나쁜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과거의 익숙함을 걷어내고 모든 것과 모든 사람들을 예수님의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만날 수 있기를. 잠시 머물 곳이지만 그래도 이곳 생활에 익숙해질 몇 일 뒤에는 저도 사진 찍는 일을 멈추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때가 되면 오늘 복음 묵상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려 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들어설 자리를 막고 있는 저의 익숙함을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그 마음을 실천할 수 있기를 또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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