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9. 18. 00:42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 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기도할까요?”

웅성거리는 패스트푸드 점 구석에 자리를 겨우 잡고 감자칩 옆에 케챱을 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주앉은 동기 수사님의 말이 작은 테이블을 건너 왔습니다.



입회해서 나간 첫 외출이었습니다. 서울은 아직 낯선 곳이었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남자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시골에서의 수도생활은 신촌의 젊은 부산함을 더욱 더 낯설게 했습니다.

1년차부터 2년차까지의 지청원반은 둘 이상씩 짝지어 외출을 다녀야 한다고 해서 함께 나오긴 했는데, 강화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신촌 홍대를 지나가는 것 뿐이라, 가서 밥먹고 조금 구경하다 저녁 전에 출발해야 끝기도 까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용돈에 맞는 식당을 찾는 일도 첫 외출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선택은 패스트 푸드점의 기본 메뉴.

추레한 옷차림으로 우리 둘은 시끄럽게 빨리 오가는 사람들로 정신없는 가게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뭔가 어색한 느낌으로 햄버거를 먹을 준비를 하는데, 동기 수사님의 말로 저는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맞게 되었던 겁니다. 우리 둘은 평소와 같이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이마와 가슴과 양 어깨를 꼭꼭 짚어가며 신실한 목소리로 식사전 기도를 한마디 한마디 바쳤습니다. 주인공만 서있고 주변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시간여행 영화처럼 짧은 기도가 매우 길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그 때가 입회 후 첫 공적 선교라고 저는 농담삼아 자평하곤 합니다.



오늘 제가 동반하고 있는 지청원반 수사님 둘이 강남으로 갈 일이 있었습니다. 휴가도 있었지만 그리고 일로 가는 것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외출 경험이 없는 수사님들에게는 나름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강론 중에 저의 첫 외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입회하기 전에 도시로 나갈 때 준비했던 자기의 모습과 지금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자기의 모습이 어떻게 바꼈나 한 번 살펴 보라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멋있게 보이고, 드러나 보이고, 세련되어 보이지 않아도 괜찮은지 자신을 보십시오. 오히려 추레해 보이고, 없어 보이고, 이상해 보여서 좋다고 느껴지는 지도 보십시오. 그래도 괜찮으면 우리는 성직자 수도자라는 권위를 놓고, 비유로 설명했던 오늘 복음의 예수님처럼, 따뜻하고 가깝게 세상에 다가갈 작은 준비를 하나 하는 걸껍니다.”



오늘 우리 두 수사님들도 도시 한 가운데서 각자의 경험을 하고 왔을 겁니다. 오늘의 경험이 바르고 착한 마음을 가진 우리 수사님들의 수도생활에 뿌려진 좋은 씨앗이 되었기를 믿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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