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요한복음

20240303 일요일 사순 3주일 묵상강론 요한 3,16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4. 3. 3. 00:01

 

 

오랫동안 어려운 관계로 지내온 형제가 있습니다. 

 

어려운 관계가 된 이유도 구구절절하고, 겪어왔던 어려움도 수십 권의 책입니다. 나도 그랬고, 그 형제도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조금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웃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곧잘 주고받습니다. 누가 먼저다 누가 더 노력했다 말하는 것도 지금은 제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더 힘들었다 누가 더 잘못했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시간이 지나고 일로 다시 부딪히면 어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둘의 역사에 있어 지금은 처음 겪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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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새로운 세상을 살기 시작하면서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관계의 변화가 시작된 지금, 나는 지난 어느 때 보다 약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말한 이 '약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온 힘을 다했던 소임을 벗어나 지금은 한 풀 꺾인 상태고, 저의 신념대로 노력하다가 현실에 부딪혀서 조금 자포 가지 한 상태이며, 나의 적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스트레스가 조금 내려앉은 시기이며, 한 살 한 살 열심히 먹으면서 몸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들을 다 포함한 '약하다'입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표현하면 내가 약해지니까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강할 때는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내가 약할 땐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늘어난 선택지 안에 '스스로 낮아지는' 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각자가 스스로 낮아질 때 진정한 관계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체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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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낮아진다는 일은 시간도 걸리고, 힘들기도 하고, 억울하며, 손해보는 일입니다. 분명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이 내게 별 영향을 주지 않게 될 때까지 내가 성장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억지로 스스로 낮아지려 노력하는 것은 숭고한 일입니다. 성장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늘 면담 중에 한 분이 열심히 교회 일을 하시는데 더 많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험담을 들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었습니다. 면담  끝에 이 말을 자매님에게 두 번 천천히 반복 해 드리면서 마무리했습니다.

 

"자매님,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열심히 하는 게 아니랍니다. 우리는 나쁜 이야기를 들어도 괜찮으려고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게 성숙한 그리스도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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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도 복음에서도 표징을 요구하는 유다인들의 모습이, 지혜를 구하는 그리스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특별히 2독서의 이 말씀이 마음에 깊이 다가옵니다.

 

"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리석고 약하게 되는데 시간은 좀 많이 걸릴 것이라도 노력해볼 만하지 않나요? 하느님이 가만히 계시지만은 안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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