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년 4월 6일 성주간 월요일 묵상 - 하나라도 충분히 보고 있었나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4. 6. 00:03

 

 

 

 

 

 

예전 다니던 회사에서는 매년 여름이 되면 전국의 신입사원들을 한데 모아 몇 일동안 큰 행사를 했습니다. 그 행사 중 하루 밤에는 초청가수의 공연이 있었고, 넓은 야외에 앉아 기다리던 우리 모두의 손에는 돌돌 말린 리본같은 도구들이 주어졌어요.

공연이 시작되자 여러 초청가수들의 노래와 동기들의 함성 소리는 점점 넓은 밤하늘을 가득 채워갔고, 그 하늘은 여기 저기서 던지는 이런 저런 색색의 리본이며 폭죽들로 쉴새 없이 잘게 쪼개어지곤 했습니다. 

 

"아잇, 왜 다 끝나고 나서 내 머리에 뿌리는데?, 퍽"

 

조금만 더 있다가 던져 올려야지라고 미루며 기다렸던 그 결정적인 순간은, 공연이 끝나고 일어서던 동기가 왜 자기 머리에 쓰레기를 버리냐고 저의 등짝에 스파이크를 날리는 결정의 순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공연의 순간들을 나는 정말 제대로 즐기고 있었던 걸까? 조금 있다가 더 좋은 순간들이 나오진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리본을 들고 기다리는 통에, 정작 그 순간 순간의 공연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더 좋은 것이 나중에 있지 않을까 하는 데 빼앗긴 마음은 지금 만나고 있는 매 순간의 가치를 충분히 알아주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나중에 정말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난 손해보거나 후회하게 되기 싫어' 라는 저의 숨겨진 욕심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발에 순 나르드 향유를 부은 마리아의 모습을 묵상하다 떠오른 옛날의 기억이었습니다. 그 옆으로는 돈을 빼돌릴 기회를 놓치고 바닥에 흐르는 비싼 향유를 보는 유다의 이글거리는 눈도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거기서 향유를 갖고 있었다면 아마 전, 지난 행사의 밤에서처럼, 좀 더 결정적인 순간을 계속 기다리렸을 것이고, 지금 제 방은 아직 구석에 놓인 향유병의 향으로 가득 차있을 겁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저는 예수님과 함께 하던 그 순간들의 소중한 가치를 제때로 충분히 보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 묵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그러고 있다고 성찰하게 됩니다.

 

[박지성 최고의 경기6] '명불허전' 박지성, 아스날 킬러답게 추가골!

" [박지성 최고의 경기6] 애슐리 영의 자비를 잃어버린 쐐기골! "

요즘 눈에 띄는 새로운 현상을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란에서 하나 발견합니다. 새로운 뉴스들로 매일 꾸며지던 곳을 요즘은 과거 훌륭한 선수들이 보여주었던 멋진 경기들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스포츠 경기가 중지되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해외축구란에는 연일 박지성 선수의 역사적인 경기들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다시봐도 너무나 감동적이고 멋진 영상들입니다. 

그러다 생각하게 됩니다.  '아 우리는 그동안 정말 새로운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었구나. 그런데 그 홍수 속에서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그 소중한 가치만큼 충분히 보거나 알아주지 못하고 새로운 것으로 자꾸 바쁘게 옮겨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간신히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악필로 쓰인 편지라도 사랑하는 친구에게 받은 것은 일년 내내 제 가방에 있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메일수신함의 다음 페이지를 여는 일도 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교는 정말 소중한 유산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기억하기!

이 기억하기는 교회 안에서 전례로, 전례력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성체성사로 향하고 있어요. 이 사순시기와 성주간이 중요한 이유이기고, 그리고 무엇보다 미사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이죠.

2000년이 지나 우리는 새로운 매일을 맞이하고 새로운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바라볼 수 있는 피에 얼룩진 흉한 십자가를 우리는 일년 내내 마음 속에 잘 간직하고 지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가 되면 다시 꺼내어 우리 앞에 모십니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받은 소중한 편지처럼요.

 

나중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욕심 때문에 지금에 충실하지 못하고, 자꾸 쏟아져 오는 새로운 것에 마음을 뺏기다 보면 우리는 지금 만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그 소중함 만큼 충분히 보아주지 못하고 있게 됩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것들을 충분히 보아 주라!"

 

이번 성주간이 제게 주는 소중한 메세지 입니다.

 

성주간 월요일 독서 및 복음(가톨릭 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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