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아가의 말씀입니다. 2,8-14
8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9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 같답니다.
보셔요,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여다본답니다.
10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1 자,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
12 땅에는 꽃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의 계절이 다가왔다오.
우리 땅에서는 멧비둘기 소리가 들려온다오.
13 무화과나무는 이른 열매를 맺어 가고 포도나무 꽃송이들은 향기를 내뿜는다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4 바위틈에 있는 나의 비둘기, 벼랑 속에 있는 나의 비둘기여!
그대의 모습을 보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그대의 모습은 어여쁘다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이스라엘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 스바니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14-18ㄱ
14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5 주님께서 너에게 내리신 판결을 거두시고 너의 원수들을 쫓아내셨다.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16 그날에 사람들이 예루살렘에게 말하리라.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17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18 축제의 날인 양 그렇게 하시리라.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9-45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 묵상 >
오늘 독서의 애가를 읽으면 어린 시절의 설래던 마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기다렸던
추억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내가 어디서 무얼하고 있든 어느 틈에 내 마음과 생각을 그에게로 향해 있습니다.
길을 걷다 혹시 고개를 돌리면 그 사람도 저기서 걷고 있지 않을까,
버스를 타고 들어가다 혹시 그 사람이 앉아 있지 않을까,
전화기를 들고 연락을 할까 말까 벅찬 마음에 망설이고 있다 혹시 먼저 그사람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괜한 기대에 혼자 얼굴을 붉히며 스스로를 나무랐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다 정작 우연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날이면 가슴이 벅차고 무서워져서 바보처럼 마음 숨긴 채
무심하게 인사하고 돌아서 버리고 나서는 내내 머리를 움켜쥐고 후회하던
그런 아프지만 빛나던 날의 사랑의 기억을 하나 쯤은 갖고 있지 않으신가요?
사랑에 빠지면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방 창문 밖의 나무도 세상 어떤 나무보다 아름다워 보이고
나를 괴롭히던 그렇게 싫던 사람마저 가서 꼭 안고 볼을 비벼주고 싶어지며
우울하게만 보아왔던 하늘의 먹구름도 그윽한 밤향기를 내뿜는 로멘틱한 소품으로 느껴집니다.
사랑의 힘이지요.
애가는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면 내가 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너무나 아름다운 마음과 글들로 잘 알려줍니다.
내 안에 추억의 방에 잠궈 놓았던 어린 시절 순수한 사랑의 기억을 다시 내 책상 위로 끄집어 내주고고
살면서 나도 모르게 건조하고 각박하게 만나 버리고 있는 주위의 사람과 사물들을
다시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오늘 만나는 이 아가의 신비와 그 기쁨은
복음에서는 성모님과 엘리사벳의 만남의 장면으로 정말 꼭 맞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아기를 잉태했다는 것을 정말 알게 된 순간부터 기쁨과 설렘도 컸겠지만
엘리사벳도 성모님도 그 마음 안에는 걱정과 두려움 또한 얼마나 컸을까요?
하지만 서로를 만나 하느님의 신비에 대해 더 큰 확신 서로 나누며
그 걱정과 두려움의 마음과 그 마음으로 보던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었을 겁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세상이 완전히 달라보이는 것 처럼요.
내 안에 한번 찾아왔던 사랑은 이제 가고 없는 것 같아 보여도
그 사랑을 했던 경험은 나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은 그 경험과 기억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 하실 것 같습니다.
좋은 대림의 시기가 끝나갑니다. 대림 끝에 맞는 성탄에는
우리 모두가 사랑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아기예수님과 사랑에 빠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을 기다려봅시다. ^^
아멘.
< 실천 >
나의 사랑의 기억을 떠올려 보고 그것이 아름다웠던 것이든 슬펐던 것이든 아팠던 것이든 행복했던 것이든,
그 사랑이 나를 변화시켰던 그 사랑의 힘을 돌아보고, 그 안의 하느님의 손길을 찾아보고,
이번 성탄을 맞으며 나를 또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기를 청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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