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73

20220918 연중 25주일 루카 16,10-13 “세상을 사는 지혜”

20220918 연중 25주일 루카 16,10-13 “세상을 사는 지혜”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이 자녀보다 영리하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만들어라." 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 우리는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의로운 것과 불의한 것, 의로운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삽니다. 식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우리는 가라지의 비유처럼 일일이 다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잘 식별하고 싶지만 자주 오해하고 오판하며, 서로를 괴롭히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힘들어 합니다. ... 하지만 오해와 오판의 역사는 에덴동산만큼이나 오랜 것입니다. ... 그래서 사는 동안 제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세상을 사는 나의 자세입니다. #가톨릭 #묵상 #기도 #예..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 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 “기도할까요?” ⠀ 웅성거리는 패스트푸드 점 구석에 자리를 겨우 잡고 감자칩 옆에 케챱을 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주앉은 동기 수사님의 말이 작은 테이블을 건너 왔습니다. ⠀ … ⠀ 입회해서 나간 첫 외출이었습니다. 서울은 아직 낯선 곳이었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남자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시골에서의 수도생활은 신촌의 젊은 부산함을 더욱 더 낯설게 했습니다. ⠀ 1년차부터 2년차까지의 지청원반은 둘 이상씩 짝지어 외출을 다녀야 한다고 해서 함께 나오긴 했는데, 강화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신촌 홍대를 지나가는 것 뿐이라, 가서 밥먹고 조금 구경하다 저녁 전에 출발해야 끝기도 까지 돌아..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 몇년 전 저희 수도회 그룹홈 시설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반가운 초등학교 아이들 6명과 재미와 고난이 한데 섞인 하루를 보냈습니다. 밤이 되어 피곤함 속에 침대에 몸을 막 뉘인 때였습니다. 오랜 만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 오빠 내 위로 좀 해도. - 왜 무슨 일 있나? - 내 진급 떨어졌다. 말할 사람이 없는데 오빠 니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위로 좀 해도. - 니 회사에서 일 잘하고 사랑받잖아. 그런데 왜 떨어졌노? - 그러니까. ⠀ ⠀ … ⠀ ⠀ 한참 위로와 성토의 말이 점점 더 죽어가는 목소리로 오가는 중에 갑자기 꼬마 한 명이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크고 도수 높은 안경을 쓴..

20220901 연중22주간 목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루카 5,1 -11 기후변화의 대응은 편함을 줄이는 것에서

20220901 연중22주간 목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루카 5,1 -11 기후변화의 대응은 편함을 줄이는 것에서 ⠀ 저희 수도회는 50개 국에 있는 국제수도회라 재속회격인 친교회도 국제 조직이 있습니다. 6년 마다 국제회의를 하는데 이번 2024년 국제회의 준비위원회에는 처음으로 한국 대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통역을 위해 준비회의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 국제회의에서 쉬는 시간에 인상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유럽과 호주 분들이 쉬는 시간 내내 호주와 유럽의 산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기후변화로 이어졌습니다. ⠀ 기후문제는 저도 관심 깊게는 보고 있지만, 그 날 대화를 들으며 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나 심각하게 겪고 또 생각하고 있구나 하..

20220823 연중 21주간 화요일 마태 23,23 - 26 “위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20220823 연중 21주간 화요일 마태 23,23 - 26 “위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 위선이라는 것은 대단히 나쁜 일이고 나에게서나 남에게서나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죄악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나 남이 위선자라는 것을 알아채는 일은 실제로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나의 위선을 알아채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오늘 복음 중에 ⠀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 라는 구절을 접할 때면 항상 저는 30대 초반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다녔던 한 대형마트로 돌아가곤 합니다. 적지 않은 월급을..

20220803 연중 18주간 수요일 마태 15,21-28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20220803 연중 18주간 수요일 마태 15,21-28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 어제 호수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의 기적사화에 대한 강론 말미에서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잠시 함께 살펴 보았습니다. 믿음은 강렬한 신앙적 체험에서 오기도 하지만, 더 깊은 믿음은 그 체험이 지나간 고요한 광야에서 자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초대교회의 요한 크리스토모 역시 마태오에 대한 강론에서 광야를 '고요의 어머니'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지난 제 삶을 돌아보아니 제가 제 삶의 광야에 머물렀던 시기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노해 시인의 첫마음이라는 시에는 이 광야가 다음과 같이 참 ..

20220802 연중 18주간 화요일 마태 14,22-36 "믿음이 부족하다고 고민하시나요?"

20220802 연중 18주간 화요일 마태 14,22-36 "믿음이 부족하다고 고민하시나요?"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호수 위를 걷는 예수님과 믿음이 부족하여 물에 빠지는 베드로를 만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한 가지 추억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중국 심양이라는 곳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회사 다니는 시절 한 해 여름 휴가 때, 저는 중국 심양으로 갔었습니다. 북경 상하이 등 유명한 곳을 두고 왜 하필 심양이란는 곳으로 갔을까 이상하시죠? 중국에는 유명한 체육대학교가 세 곳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심양체육대학교 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원이 여름 휴가 때 웬 중국 체육대학교냐 더 이상하시죠? 그 당시에 제가 수련하던 중국 무술 태극권의 사부님의 사부님 그러니까 태사부님이 그 곳에서 박사과정에 있었고, 사부..

20220719 연중 16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마태 12,46 - 50 "너의 가족은 누구?"

20220719 연중 16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마태 12,46 - 50 "너의 가족은 누구?" ⠀ 90년대 말 한국 마케팅 역사에 길이 남을 만 한 광고카피가 하나 나옵니다. 아직은 세계 일류가 아니면서도 세계 일류라는 이미지 광고를 시작하면서, 삼성은 당시에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클레이메이션( 점토덩어리를 조금씩 변형하며 촬영한 것을 이어 만든 에니메이션 )을 이용하여 한국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광고들을 만들어 냅니다. 잃었던 강아지를 다시 찾게 된 아이, 자식과 손자들을 만나러 복잡한 서울역에 내린 할아버니와 할머니를 핸드폰으로 찾아서 만나 웃는 가족들, 그리고 마라톤 결승점 바로 앞에서 전광판에 나온 어머니의 응원에 힘을 내어 역전우승하는 이봉주의 이야기 까지 클레이메이션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려냅..

20220717 연중 16주일 묵상강론 루카10,38-42 “관상과 활동의 구분 전에 해야 할 것”

⠀ 20220717 연중 16주일 묵상강론 루카10,38-42 “관상과 활동의 구분 전에 해야 할 것” ⠀ 수련기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언가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일을 시작 하자고 제가 계속 제안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은채 시간만 갔습니다. 결국 마감일에 닥쳐서야 저의 독촉으로 함께 움직여서 부랴부랴 되는 만큼만 준비를 했습니다. 다행히 조금의 불편함 만으로 일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그 과정이 너무나 속상했고 다른 수사님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서는 그 상황을 돌이켜 볼 때마다 저는 스스로 몇 가지 성찰할 점들을 돌아보곤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

20220714 연중 15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마태11,25-27 “자만심과 단순한 마음”

20220714 연중 15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마태11,25-27 “자만심과 단순한 마음” ⠀ ⠀ 미사를 준비하면서 제일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되는 게 강론을 쓰는 일입니다. 좋은 강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깊은 묵상도 있어야 하고, 그런 묵상이 실제 제가 사는 삶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어야 하고, 또 평소에 계속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생각을 넓혀 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다른 사람의 강론을 옅보거나 제가 전에 썼던 강론들을 찾아 뒤적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노력하며 준비하고 나의 묵상과 노력이 들어간 강론을 매번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 ⠀ 문제는 그렇게 노력하며 애써 강론을 준비해서 간 미사를 끝냈을 때 만나게 됩니다. 특히 강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