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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0일 연중 5주 월요일

오늘 저희 수녀회 청년사도직 담당 수녀님들과연간 일정이랑 여러 안건 회의를 하고종일 회의를 한 터라 지치고 배고 고파서수녀원 근처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근처에서 잘 사먹지 않았던 터라 함께 길을 걷다가아직 저녁 오픈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친절하게들어오라고 하는 길가의 작은 식당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메뉴판을 편 순간 요리말고는 단 하나 있는식사의 가격이 만원을 넘는 것이었어요.잠시 망설이다 그냥 나가기가 너무 미안해서그냥 3명 식사를 주문했습니다. 반짝이는 쌀밥이며 정갈한 그릇에 조금씩정성스레 담겨 있는 나물이며 조림들이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한참 먹다가 빈 찬그릇들을 보며 제가 수녀님께 이렇게 물었어요."수녀님.. 이렇게 비싼데는 반찬 더 달라고 하면 안주겠죠?"그러자 수녀님은 "..

2020년 2월 9일 연중 5주일

오늘 신문을 읽다가 유현석 변호사라는 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인권변호사로, 약자들의 벗으로 살다가 2004년 선종하셨다고 합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분을 기려 2005년 유족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을 출범해서 공익소송사건의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합니다. 그런데 이분에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말이 오늘 복음을 묵상하던 저의 마음과도 닮아 여기 소개하고자합니다. "법은 가진 자의 무기가 아니라 낮은 자를 위한 지혜가 되어야 한다." 생각해 봅니다. '나는 내가 지키고자 하는 규칙, 법, 약속 등을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는가..' 나는 내가 몸 담고 있는 수도회의 회헌, 국가의 법,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들과 또 나 스스로..

2020년 2월 8일 토요일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제게 '세상은 알아가야 할 것 투성이'였습니다. 수업시간에 교과서의 내용보다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선생님의 말에 더 귀가 쏠리고, 단 한 해라도 먼저 세상을 겪은 선배들이 해주시던 말이 진주처럼 제 삶에 박히곤 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을 조금씩 더 알아 갈 수록 이제는 무엇을 알아가는 것 보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저에게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알고 이해하는 것은 조금의 수고로 가능했지만 '무엇이 옳은 일인가' 하는 식별은 나의 노력으로만 얻기엔 너무 큰 대상이었습니다. 회사생활과 수도생활을 하면서 더 성장의 길을 걷고자 노력할수록 무엇이 옳은 일인가 라는 문제보다 더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것은 '옳은 일을 실천하는 것이..

2020년 2월 4일 화요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어제 이번에 서품을 받은 신학교 동기 신부님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여러 본당에 나가 있는 교구신부님들이나 수도회 신부님들도 있고 저처럼 수도원 공동체의 소임을 하고 계신 수도회 신부님들도 있었습니다. 신학교를 나와서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게되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기 신부님들은 교실에서 함께 장난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긴 했지만요 ^^ 요즘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은 주변의 신자 분들이나 비신자 분들이 저에게 주시는 사랑과 존경의 마음 또 저의 서품식과 관련해서 여러 체험을 했다고 해주시는 분들의 나눔은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었기 때문이 아니라 서품성사를 받았다는 것 만으로 주시는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의 시기가 가장 순수하게 하느님의 힘으로 ..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홍)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제1독서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1,5―2,2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5 듣고 이제 여러분에게 전하는 말씀은 이것입니다. 곧 하느님은 빛이시며 그분께는 어둠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6 만일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눈다고 말하면서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진리를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 7 그러나 그분께서 빛 속에 계신 것처럼 우리도 빛 속에서 살아가면, 우리는 서로 친교를 나누게 되고,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해 줍니다. 8 만일 우리가 죄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우리 안에 진리가 없는 것입니다. 9 우리가 우리 죄를 고백하면, 그분은 성실하시고 의로우신 분이시므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

2019년 12월 24일 화 성탄전야

수도생활을 하면서 교리나 성경에 대해 너무 당연하고 기초적인 것을 몰라서 함께 웃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선교학 수업시간에 신부님께서 대영광송 이야기 하시다가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라는 이 기도문이 성경 어디에서 나오니? 여기 뿌리무스 형님은 알겠지. 한 번 말해봐.” 라고 하시는 겁니다. 뿌리무스는 통상 그 그룹에서 제일 연장자를 말하는 것인데, 그 때 저였죠. 저는 몰라서 그냥 영광 평화 이런 말이 나오길래 ‘요한묵시록’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신부님은 큰소리로 ‘요한묵시록’이라고 이마를 치셨고, 우린 한바탕 웃었지요? 여러분은 성경 어디서 나오는지 다 아시죠? 바로 루카 복음서에 오늘 예수님이 태어나시는 장면에 나옵니다. ..

2019년 12월 21일 대림 3주 토요일

제1독서 ▥ 아가의 말씀입니다. 2,8-14 8 내 연인의 소리! 보셔요, 그이가 오잖아요. 산을 뛰어오르고 언덕을 뛰어넘어 오잖아요. 9 나의 연인은 노루나 젊은 사슴 같답니다. 보셔요,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여다본답니다. 10 내 연인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지요.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1 자,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 12 땅에는 꽃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의 계절이 다가왔다오. 우리 땅에서는 멧비둘기 소리가 들려온다오. 13 무화과나무는 이른 열매를 맺어 가고 포도나무 꽃송이들은 향기를 내뿜는다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14 바위틈에 있는 나의 비둘..

20191216 대림 2주 금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8,17-19 17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너의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주 너의 하느님 너에게 유익하도록 너를 가르치고 네가 가야 할 길로 너를 인도하는 이다. 18 아, 네가 내 계명들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너의 평화가 강물처럼, 너의 의로움이 바다 물결처럼 넘실거렸을 것을. 19 네 후손들이 모래처럼, 네 몸의 소생들이 모래알처럼 많았을 것을. 그들의 이름이 내 앞에서 끊어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았을 것을.”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6-19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16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기랴?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17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20191211 대림 제2주간 수요일

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0,25-31 25 “너희는 나를 누구와 비교하겠느냐? 나를 누구와 같다고 하겠느냐?” 거룩하신 분께서 말씀하신다. 26 너희는 눈을 높이 들고 보아라. 누가 저 별들을 창조하였느냐? 그 군대를 수대로 다 불러내시고 그들 모두의 이름을 부르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능력이 크시고 권능이 막강하시어 하나도 빠지는 일이 없다. 27 야곱아, 네가 어찌 이런 말을 하느냐? 이스라엘아, 네가 어찌 이렇게 이야기하느냐? “나의 길은 주님께 숨겨져 있고 나의 권리는 나의 하느님께서 못 보신 채 없어져 버린다.” 28 너는 알지 않느냐? 너는 듣지 않았느냐? 주님은 영원하신 하느님, 땅끝까지 창조하신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르시고 그분의 슬기는 헤아릴 길이..

20191210 대림 2주 화요일

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0,1-11 1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 너희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 2 예루살렘에게 다정히 말하여라. 이제 복역 기간이 끝나고 죗값이 치러졌으며 자기의 모든 죄악에 대하여 주님 손에서 갑절의 벌을 받았다고 외쳐라. 3 한 소리가 외친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4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 5 이에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니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그것을 보리라. 주님께서 친히 이렇게 말씀하셨다.” 6 한 소리가 말한다. “외쳐라.” “무엇을 외쳐야 합니까?” 하고 내가 물었다. “모든 인간은 풀이요 그 영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