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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7 연중 3주 월 묵상강론 마르 3,22 - 30 [ 권위 그리고 사탄과 싸우는 법 ]

[ 권위 그리고 사탄과 싸우는 법 ]20250127 연중 3주 월 묵상강론 마르 3,22 - 30⠀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탄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묵상하게 됩니다.그저께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검은 수녀들이라는 영화였습니다. 평화방송국이나 SNS에 신부님들이 후기를 많이 올리길래 보고 싶기도 하고 기대도 되어서 한번 가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찍을 곳을 섭외하던 촬영팀으로부터 저희 강화도 수도원으로 섭외요청이 오기도 했었습니다. 좀 인연이 있다 할 수 있지요. 구마에 관한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 오늘 복음을 묵상하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묵상의 주된 질문은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탄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였습니다.⠀권위에 대해서 뜻을 찾자면 신학 철학 정..

20250122 연중 2주 수요일 마르 3,1-6 [예수님의 분노와 슬픔을 묵상하기 위해서는]

20250122 연중 2주 수요일 마르 3,1-6 [예수님의 분노와 슬픔을 묵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고해소에서 잘못 고해하셔서 안타까운 내용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대로 다죄인 것은아닙니다. 예를 들어 질투, 분노, 시기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안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그대로 죄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감정이 마땅히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 마땅할 것입니다. 마치 소설 『이방인』의 한 장면처럼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가서 눈물은 커녕 일말의 슬픔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머리 속에 그려보면 너무나 이상하게 보일 것입니다. 자기 가족을 해친 사람을 보고 미움이나 분노를 느끼지 못하고 연민..

20250121 연중 2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 2,23 -28 [ 성장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이었다가 변두리 먼지가 되듯 나도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는 것 ]

20250121 연중 2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 2,23 -28  [ 성장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이었다가 변두리 먼지가 되듯 나도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는 것 ]  어릴 때부터 저는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제사의 순서나 제사상 위 음식의 위치 같은 것들로 집안 어른들이 크게 다투시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그게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것들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한 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것을 어느 해에 갑자기 하기 시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제사를 시작하면 제사 관련해서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나, 제사는 12시가 되어야 시작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말 얼굴을 붉히시..

20250113 연중 1주 월요일 마르 1,14-20 [ 어머니의 세례명 정하기 ]

20250113 연중 1주 월요일 마르 1,14-20 [ 어머니의 세례명 정하기 ]  오늘은 어머니 세례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오후 어머니가 톡으로 '교리반에서 이제 세례명을 정하라카데 대모랑.' 라고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언젠가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서 어머니가 세례를 받으신다면 세례명은 무얼로 하시라고 할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30년을 넘게 생각해 오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그 기적의 한가운데 있습니다.우선 어머니의 음력 생일에 맞는 양력 생일을 찾고, 그 양력 생일에 해당하는 축일의 성인들을 찾아 몇 분을 알려드렸습니다. 또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 물어보고 그런 삶의 성인을 소개해 드리려 했지만 '몰라, 생각 안해봐서리'라고 하시니, 이 방법은 좀 ..

20250106 주님공현대축일 후 월요일 마태 4,12-17.23-25 [ 지금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

20250106 주님공현대축일 후 월요일 마태 4,12-17.23-25 [지금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 ⠀많은 학자들이 공통되게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좋은 것보다 좋지 않은 것에 대해 더 큰 영향을 받고 오래 기억한다고 합니다. 좋은 일들은 그렇지 않은 일들보다 빨리 잊힌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결과가 사실인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조금만 우리 삶을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과 은혜를 우리는 자주 잊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나 형제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일들에 대해서도 이러니 하느님과의 일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죠.⠀기도 안에서 돌아보기만 하면 금방 하느님께 받은 은혜와 감사들이 잘 떠오르지만, 하루를 사는 동안 이런 저런 일에 신경을 ..

202412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마태 10,17-22 [마음이 다시 빈 구유가 되는, 기다림의 신비]

202412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마태 10,17-22 [마음이 다시 빈 구유가 되는, 기다림의 신비]⠀묵상을 하다 보면 어느 날 우리 마음은 빈 구유가 되어 간절히 기다리기도 하고, 의회와 회당이 되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합니다.⠀지난 대림시기 중에 마음과 몸이 고된 시기가 한 동안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기력을 회복하고 오랜만에 고요 속에 묵상하려고 성전에 앉았을 때였습니다. 적막함 속에 고단한 몸과 마음을 잡아매고 앉아 있는데, 불현듯 내가 여기 앉아서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릴 수 있다는 현실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이 기다림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다는 것이 너무나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가 자신에게 다가올 것을 알게 되고,..

20241212 대림2주 목 묵상강론 마태 11,11-15 [ 어떻게 인간은 이토록 잔인하고 또 동시에 이토록 아름다운가]

20241212 대림2주 목 묵상강론 마태 11,11-15 [ 어떻게 인간은 이토록 잔인하고 또 동시에 이토록 아름다운가]    그저께 10일 자정 즈음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내란 정국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이 때에 유튜브 영상들 사이에서 그나마 위로를 주는 빛나는 영상이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박지성이 영국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때나,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득점왕을 할 때나, 비티에스나 블랭핑크가 미국 빌보드 챠트나 일본 오리곤 차트에서 1위를 할 때에도 정말 놀랐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한글로 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 했었기에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정말 케이팝 케이컬쳐의 영향이 큰 모양..

20241201 대림 1주 묵상강론 루카 21,25 - 28.34-36 [ 깨어 기도한다는 것 ]

⠀20241201 대림 1주 묵상강론 루카 21,25 - 28.34-36[ 깨어 기도한다는 것 ]⠀  ‘넌 죽어 있는게 아니니까.’⠀옷깃을 여미고 털모자를 쓰고 길을 나서며 지나가는 앙상한 가지들에게 속삭입니다.⠀커다란 파도가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처럼 올해 첫 눈도 그렇게 왔다 갔습니다. 수도원 성당에서의 아침기도도 두터운 스웨터나 패딩 없이는 시작하기 여러워졌습니다. 조금씩 생활의 구석구석이 겨울로 물들고 있습니다.⠀...⠀대림 1주일. 이제 한 해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한 해의 첫 마음을 성탄을 항해 두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런 구절을 만납니다.⠀“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8,34)⠀기쁠 일보다는 슬플 일에 더 가까울 수도 있지..

20241130 토 묵상강론 마태 4,18-22 [ 예수님의 공생활 그리고 나의 수도생활의 목적은 ]

20241130 토 묵상강론 마태 4,18-22[ 예수님의 공생활 그리고 나의 수도생활의 목적은 ]  우리는 교회를 순례하는 공동체라고 자주 표현합니다. 우리 신앙의 삶을 이야기할 때도 신앙의 여정을 간다라는 표현도 자주 씁니다.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고전문학의 서사에는 일정한 구조가 있습니다. 요즘 우리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들도 마찬가지죠. 대략 12부작의 드라마는 이런 구조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화에서는 세계관이 설명되고 주인공이 선택되고 목표나 꿈을 가지고 여정을 떠납니다. 3-4화에서는 잘 나가다가 첫 번째 갈등을 만납니다. 5-6화에서는 갈등의 위기가 고조됩니다. 7-8화에서는 전환과 클라이막스를 맞이하는데 주인공의 실수로 큰 위기가 폭발하거나 적대자와 본격적으로 대립합니다...

20241129 연중 34주 금 묵상강론 루카 21,29 - 33 [죽음이란]

20241129 연중 34주 금 묵상강론 루카 21,29 - 33  [죽음이란]    우리는 이제 전례력으로 한 해의 끝을 바로 앞에 두고 있습니다. 내일 안드레아 축일만 지나면 우리는 새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번 주간 우리는 1독서를 통해 계속 묵시록의 이야기들을 만나왔고, 복음을 통해 종말과 부활에 대한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제 개인의 삶에서 죽음과 종말의 의미를 찾는 묵상을 해왔습니다. 최근에 저는 죽음과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저의 삶에서의 죽음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에서 생각하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을 예수님 말씀의 의미도 묵상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나는 며칠 전 양 바오로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서 들었던 고등학생 아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