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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부활 5주 화 묵상강론 요한 14,27-31[ 예수님의 평화는 친구의 한마디 말에서도 왔었어요 ]

⠀예수님의 평화는 세상의 평화와 다릅니다.⠀그래서 우리도 쉽게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The Peace of the Lord is different from that of the world.⠀So we can easily be a disciple of his peace.⠀      20240430 부활 5주 화 묵상강론 요한 14,27-31  [ 예수님의 평화는 친구의 한마디 말에서도 왔었어요 ]

20240428 부활 5주 묵상강론 요한 15,1-8 [예수님 안에 머무른다는 것과 질문의 관계]

20240428 부활 5주 묵상강론 요한 15,1-8[예수님 안에 머무른다는 것과 질문의 관계]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신학교 1학년 이스라엘 역사 수업시간의 한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의 수업에서도 이집트인들을 홍해 바다에 빠져 죽게 하시고, 갓 태어난 아이들이 칼에 맞아 죽게 하시고, 전쟁에서 이방인들을 내치시는 편애와 폭력의 하느님, 사람들의 울음과 절규 앞에 가만히 계시는 침묵의 하느님의 모습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그 날은 마음을 크게 먹고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손을 들자마자 주변 동기 학사님들이 고개를 숙이며 '아~~'하고 탄식하는 마음의 소리들이 크게 들렸습니다.  "신부님, 수업에서 전쟁에서 계속 사람들을 죽게 하시거..

202404018 부활 3주 목요일 묵상강론 요한 6,44-51 [그녀는 나를 보다 빈무덤을 보았다.]⠀

서가에서 십 년 넘게 미루어 두었던 팀 버튼의 『굴 소년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그림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과연 팀 버튼 스러운 눈과 말이 짧은 이야기와 그림들에 담겨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마른 가지 고년과 성냥 소녀의 사랑’도 멋졌지만, 다음 이야기 ‘노려보는 소녀’도 재밌었습니다. ⠀ .. ⠀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 이 소녀 생각이 났습니다. ‘노려보는 소녀’입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노려본 것은 뭐였나 생각해봤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의 음량표시를 노려봤었습니다. 오늘 인스타에 올릴 패드에 있는 ‘노려보는 소녀’ 그림의 눈 아래 그림자 (노려본 덕분에 그림자 레이어가 빠졌다는 것을 알고 방금 숨기기를 해제하고 그림을 다시 다운로드하였죠)'도 노려봤었습니다. 그리고 바지에 묻어있는 얼룩도 노려보았었..

20240412 부활 2주 금요일 묵상강론 요한 6,1-15 [언덕 위 서커스와 새우깡 그리고 할머니]

시골에서 부산으로 이사온 것은 다섯 살 때였습니다. 그 때는 하얀색 고무신을 신었었데,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저는 그 신발이 편하다고 계속 하얀 고무신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놀이터 모래밭에서 제 신은 언제나 친구들의 배놀이 도구였습니다. 지금은 흔적도 없어졌지만 집 뒷편은 미나리깡이었고, 길건너는 옥수수 밭이었습니다. 아주 나중의 일이지만 할머니는 거기서 작디작은 미키마우스 시계를 주웠다면서 주셨고, 태엽을 감아도 더 이상 돌지 않게 된 그 시계를 저는 대학시절까지도 소중히 간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시절 우리에게는 손목시계가 없었습니다. 골목 건너 비닐하우스로 대충 만든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하시던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는 제게 매일 점심 때가 되면 공장으로 가 할머니에게 식사하러 오시..

20240412 부활 2주 금 묵상강론 요한 6,1-15 [ 계속 살아간다는 것 ]

⠀ ⠀ ⠀ 예수님은 열 두 광주리가 가득 찰 정도 만큼으로 기적을 행하셨다. 적당한 지점이겠지. ⠀ 이 적당한 지점을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매번 고민한다. ⠀ … ⠀ 더 멋있고자 선을 더하면 조잡해 질 것이고, 그냥 두면 허술해 보인다. ⠀ 더 비슷하고자 개체를 더하면 답답해 질 것이고, 멈추면 없어 보인다. ⠀ 더 자연스럽고자 힘빼고 그리면 더 약해 질 것이고, 정성껏 그리면 가식적으로 보인다. ⠀ 내 그림은 항상 그랬다. 내 삶도 그랬다. ⠀ … ⠀ 선이나 개채를 더하며 힘을 빼고 그려도 ⠀ 허술하지도 조잡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없어 보이지도 않으며, 약하지도 가식적이지도 않으려면 ⠀ 계속 그리는 수 밖에 없다. ⠀ 힘들어도, 싫어도, 또는 절망스러울 때도. 비가 오거나, 벚꽃이 지거나, 또는 실연..

20240409 부활 2주간 수요일 묵상강론 요한 3,7ㄱ.8-15 [바람은 어디서 오는가]

"기상청에서 야유회를 잡은 날은 비가 온다." 이런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하도 기상예보가 맞지 않아서 하는 이야기이죠. 수많은 날씨 박사들이 열과 성을 다해 이뤄놓은 업적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여전히 우리 인간의 능력은 많은 한계 안에 있는 듯합니다. ... 그런데 이것을 인간의 능력이라고 해야 할지, 기계의 능력이라고 해야 할지 조금 헷갈리는 기사를 얼마 전 보게 되었습니다. "기상예보 AI가 전통적인 기상예보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고안한 기상예측 방정식에 기후 관련 수치를 대입해서 해답을 얻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지난 AI는 40년 간의 날씨패턴을 학습해 1분도 안되어 10일 치 기상을 예측해 냅니다." 기사에 따르면 AI를 사용한 기상..

20240311 사순 4주 월요일 묵상강론 요한 4,43-54 "사랑의 완성은 알아챔"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세상에 너 한 사람만이 남아 있다 해도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주셨을 거야." 마음이 잠시 멈추었습니다. 하느님은 너를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정말 나 하나만 이 세상에 남아 있어도, 하느님은 나 하나만을 위해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의 길과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도록 보내주셨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 말에 곰곰이 머무르며 내 마음의 움직임과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습니다. .. 여러분도 잠시 멈추고 이 말을 여러분의 마음에 두고 거기서는 어떤 움직임과 소리가 들리는지 잠시 귀 귀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솔직한 내면의 소리는 무엇입니까? 당연하지라고 들려온다고 믿음이 깊다거나 오만하다..

20240307 사순 3주 목요일 묵상강론 루카 11,14-23 [ 일치는 끊임없는 나와의 싸움 ]

오늘 루카 복음 11장 17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이어 22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갈라서지 마라고 하십니다. 함께 하나가 되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 말씀이 형제라서, 가족이라서, 민족이라서 하나가 되어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 편에 섬으로써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동시에, 철저한 갈라섬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내 형..

20240303 일요일 사순 3주일 묵상강론 요한 3,16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

오랫동안 어려운 관계로 지내온 형제가 있습니다. 어려운 관계가 된 이유도 구구절절하고, 겪어왔던 어려움도 수십 권의 책입니다. 나도 그랬고, 그 형제도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조금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웃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곧잘 주고받습니다. 누가 먼저다 누가 더 노력했다 말하는 것도 지금은 제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더 힘들었다 누가 더 잘못했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시간이 지나고 일로 다시 부딪히면 어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둘의 역사에 있어 지금은 처음 겪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 그런데 이 새로운 세상을 살기 시작하면서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관계의 변화가 시작된 지금, 나는 지난 어느 때 보다 약하다는 점입니다..

20240228 사순 2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태 20,17-28 [저는 분명 즐거움에 지배되는 사람입니다]

새 소임 임기가 시작되는 2월 1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벌써 2월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묵상글을 거의 못쓰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는 건 기도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너무 바빴거나 아니면 둘 다였거나 인데, 이번 달은 분명 둘 다 때문이었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지난 3년 간의 양성장 소임을 끝내고, 조금 스스로를 추릴 시간을 2월에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일정이 슬슬슬 비어 있는 날을 어느샌가 다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모든 일들에서 하느님의 일하심과 사랑을 체험하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으니, 몸은 쉬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충만한 2월이었습니다. ... 지난 1월 저희 수도회 평신도회 세계대회 통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