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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4 사순 1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 기적과 은총의 평범성 -

20200224 사순 1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 기적과 은총의 평범성 -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만나게 되는 요나의 표징은 '회개하면 하느님의 기적과 은총을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시키신 일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 도망치던 요나는, 도망치러 탔던 배 위에서 만난 파도가 자신이 하느님을 따르지 않은 때문이라고 함께 탄 사람들에게 고백합니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회개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신앙을 고백한 것입니다. "나는 바다와 물을 만드신 주 하늘의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요,(요나1,9)" "나를 들어 바다에 내던지시오. 그러면 바다가 잔잔해 질 것이요(요나 1,12)" 그리고 그는 바다에 던져지지만, 하느님은 큰 물고기를 보내시고 삼 일 후에 니네베로 도착하게 하십니다. 요나는..

20200222 사순 1주 월요일 베드로 사도좌 축일 묵상 - 주일학교 교사를 한다는 것 -

20200222 사순 1주 월요일 베드로 사도좌 축일 묵상 - 주일학교 교사를 한다는 것 - 누가 저에게 사는 동안 가장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낸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군대생활이었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거기 있는 동안 지난 삶의 순간들을 하나 하나 지겨울 정도로 떠올리며, 행복해 하기도 부끄러워 하기도 미안해 하기도 분노 하기도 감사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후회 했던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군대 오기 전 대학생활 동안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 나는 이제 제대하면 다시는 주일학교 교사는 하지 않을꺼야!' 그렇게 다짐했던 건 주일학교 교사생활이 후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시절의 날들은 너무나 빛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제가 군대에서 버틸 수..

20200220 재의 수요일 후 금요일 - 죽음과 마주보며 걷기 -

어제 뜻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근처에 있는 수도원을 찾아 그 수도회의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다른 수도회지만 같은 반에서 수업하다 서품 받은 동기 신부님입니다. 서품 후 1년 동안 다른 곳에서 소임을 하다 1년 만에 그 수사님도 저도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유는 달랐지요. 저는 이곳에서 학생 수사님들과 동반하는 일을 하게 되어 온 것이고, 그 수사님은 외국으로 선교를 가기 위해 임시로 대기하러 온 것이예요. 온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서로 바빠서 못보다가 다음 주가 출국이라 더 미루지 못했어요. 신학생 시절 공부하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고 함께 한 시간도 좋았기 때문에, 가기 전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했습니다.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리..

20200217 재의 수요일 - 단순함 과 건너감 -

요즘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보고 있는 딜레마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단순함과 사유 사이의 딜레마' 입니다. 다른 하나는 '건너감의 딜레마' 입니다. - '단순함과 사유 사이의 딜레마' - 수도자로서 '단순함'은 우선적으로 지니도록 노력할 중요한 덕목이고, 저희 수도원에서 매년 하는 자기 평가나 상호 평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함'은 역설적이게도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애써 표현해보면 '사욕으로 이리저리 재지 않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왜곡된 언론과 거짓뉴스들이 팽배한 요즘 우리가 균형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 그래서 참된 단순함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사욕을 뺀 '이리저리 재는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학사 논문을 준비하며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에 대해 공부했었..

20200113 연중 1주 수요일 - 세례받은 모은 이의 사제직2 -

20200113 연중 1주 수요일 - 세례받은 모은 이의 사제직2 - ⠀ 오늘은 저와 동기 신부님 그리고 저희 수도회 관구장 신부님의 서품기념일입니다. 본원 아침 미사도 그래서 함께 주례했습니다. 예전에 수도회 신부님들 서품기념일에 저와 같은 학생 수사님들이 축하카드를 썼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면서 아 이런 것도 기념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또 그렇게 흘렀습니다. ⠀ 몇 일 전 글에 썼던 것 처럼, 서품식은 본인 뿐만 아니라 교회전체 그리고 하느님께서 축하받는 날이라, 함께 여기 본원에서 살고 계신 신부님들, 저희 수도회 모든 회원 신부 수사님들, 그리고 여러분 모두인 교회 전체와 하느님께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 서품 1주년을 기념하고 싶은 생각은 특별히 없지만 그래도 저의 서품을 위해 기도..

20210112 연중1주 화요일 - 세례받은 모든 이의 보편 사제직 -

20210112 연중1주 화요일 - 세례받은 모든 이의 보편 사제직 - 오늘 저는 바티칸 뉴스 홈페이지에서 아주 흥미롭게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새 교서 주님의 성령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여성에게 시종직과 독서직을 허용한다는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를 소개하는 것이 오늘 강론을 대신하기 충분한 일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권위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권위를 갖고 가르쳤고, 권위를 갖고 악령들에게 명령하였고 그들은 예수님에게 복종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권위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가르침과 놀아운 일을 통해서입니다. 오늘은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가르침은 오늘 영성체송에서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주님, 당..

20210112 Tuesday of the First Week in Ordinary Time - the priesthood of the baptized -

20210112 Tuesday of the First Week in Ordinary Time - the priesthood of the baptized - Today I read an interesting and joyful article on Vatican news website. With the Motu proprio Spiritus Domini, Pope Francis institutionalized that the ministries of Lector and Acolyte are to be open to women. I think introducing this article is good enough for the homily of today's Gospel. Because today's Gosp..

20210109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 종신서원식과 서품식 날의 밤 -

20210109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 종신서원식과 서품식 날의 밤 - 몇일 전 후배 수사님이 부제품을 받았습니다. 수도자나 사제가 어떤 큰 일을 해서 집중을 받는 일이 있기 전에는, 대중에게 가장 크게 주목받고 축하받는 날은 종신서원식이나 서품식일 겁니다. 그 사람 만을 위해 많은 이들이 기도하고, 그 사람 만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여 준비하고, 또 그 사람 만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중에 예식이 거행되며, 또 그 사람 만을 위해 축하식이 치러집니다. 또한 종신서원식이나 서품식은 우리 교회를 위해 그 사람을 마련하신 하느님께서 주목받고 축하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수도자와 사제는 하느님께서 지금 여전히 우리 교회와 함께 하시며 활동하고 계시다는 큰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또한 종신..

Tuesday after Epiphany - The great world built by tiny little things -

" Wow, where did those things come from?" The father next room was smiling at the door of my room with his eyes big. I was sitting in a small area between my bed and desk, and small pieces of stuff were scattered around me. "Well.. in a twinkle..." I tap the box in my hand smiling awkwardly. Less than 1 year of my days here in Seoul, those things came and filled the corner of my room. I got some..

2021010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묵상 -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이루는 큰 세상 -

2021010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묵상 -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이루는 큰 세상 - " 와 ~ 그게 다 어디서 나왔노?" 지나가던 건너 방 신부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으며 제 방 앞에 와 섰습니다. 침대와 책상 사이의 좁은 공간에 앉아 있는 제 주위에는 이런 저런 작은 물건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그러게요...어느 틈에..." 멋쩍게 웃으며 저는 괜시리 손에 쥐고 있던 박스를 한 번 툭 쳤습니다. 일 년도 채 안된 이 곳 생활에서 어느 틈엔가 제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녀석들입니다. 서품식 때 받은 선물들이며, 새로 온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비한다는 마음이 쟁겨 둔 물건들이며, 나중에 정리하자고 놓아 두었던 것들이 모두 합심해서 제게 생각보다 많은 수고를 요구했습니다. 생각해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