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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축일 묵상 - 하느님께 바친다는 것 -

강론을 쓰기 제일 어려운 미사를 고르라면 아마 어린이미사를 고르는 신부님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강론을 쓰다보면 좋은 것도 있습니다. 정말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들을 담백하게 이야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강론을 하는 중에 제 정신이 번쩍 뜨일 만큼 선명하게 다가오는 때도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오늘 저는 저희 수도원 그룹홈의 아이들 네 명과 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성가정을 기념하는 날이고, 독서와 복음에서는 좋은 가정에 대한 지혜로운 말씀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성가정에 대한 강론을 준비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다행히 준비하는 중에 하느님께서 제 마음을 머물게 하신 구절이 있었습니다. 강론 중에 아이들에게 '내..

20201223 대림 4주 화요일 묵상 - 성탄과 묵주기도의 신비들 -

"신부님, 올해는 정말 크리스마스가 오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요즘 많이 듣는 말입니다. "미사도 성사도 못하니 기도라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이리저리 살다보니 기도마저도 예전보다 더 못하고 있어요. 어떻하나요?" 약속이나 한 듯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저더러 어떠하냐고 물으시지만, 어떻하나요, 사실은 저도 그런걸요. 지난 1월 중순에 서품 받고 전국으로 아는 분들께 인사 드리며 첫미사를 다닐 때는 설렘과 열의가 가득했었습니다. 하지만 몇 곳 가지 못하고 2월 울산에 이르렀을 때 그만 한풀 꺽이고 말았습니다. 도착한 날 밤에 부산교구에서 공지가 내려왔던 거예요. 다음 날부터 미사 때 마스크를 쓸 것과 성체분배 때 1회용 장갑을 끼고 소독약을 바를 것과, 사제와 해설자만 소리를 내라는..

What makes my Christmas this year much more special, patience learned from Stollen.

What makes my Christmas this year much more special, patience learned from Stollen. Christmas or the feast of the nativity is an annual festival, commemorating the birth of Jesus Christ. In the Catholic culture, Christmas is preceded by the season of Advent, which is four weeks time period before Christmas. You might have seen four candles in the Christmas cards. This is an Advent wreath. The ke..

20201213 대림 3주 주일 복음 묵상 - 희망의 소리는 가까이에 -

오늘 복음은 요한세례자가 누구인지 또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빛이라고 하고, 요한 세례자는 이 빛을 증언하는 이, 그리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라고 합니다. 구약 신약 통틀어 보면, 이 긴 역사의 이야기는 곧 예언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스라엘백성들이 희망 기다리다가, 성경의 마지막 예언자인 요한 세례자가 알려주는 희망을 만났지만 못알아보고 보내버렸다가, 교회와 함께 다시 기다리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삶에서 겪는 희망의 이야기 같습니다. 저의 삶에서도 희망의 경험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참 괴롭게 지낼 때 잠시 나타나서 나를 달콤하게 하다가, 그래서 쫌 살 만하면 금새 사라져버리고 마는. 여러분의 희망의 경험은 어떠신가요? 아마..

20201206 대림 2주 주일 복음 묵상 - 기다림 그리고 감사 -

몇일 전 아는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형님, 잘 있습니까? XX 라고 기억나십니까? 형님 보고 싶다고 서울 오는 길에 같이 함 찾아가 볼라고 하는데 시간 되십니까?" 전화를 한 동생은 신학교 4학년을 마치고, 또 대구로부터 찾아온다고 하는 동생은 2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서, 각각 신학교를 그만 둔 친구들입니다. 다른 수도회 수사님이셨는데 학교를 그만두면서 수도회도 떠나셨지요. 한 동생은 가끔 연락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 동생은 8년 만입니다. 저녁 무렵 저희 수도원 경당에서 셋이서 마스크를 쓰고 가까이 앉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신학교 수업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 앉아서, 아침에 수도원에서 나올 때 가방에 챙겨 온 과자를 뜯으며 이런 저런 힘든 푸념들을 서로 늘어놓곤 했었는데, 그 때..

20201127 연중 34주 금요일 묵상 - 오늘 여러분의 종말은 어떠한가요 -

20201127 연중 34주 금요일 묵상 - 오늘 여러분의 종말은 어떠한가요 - 우리 가톨릭의 기초신학에서부터 죽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을 향한 인간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 선 인간이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서 신에 대한 여정이 시작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말이라는 것은 인간이 한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 집단으로서 맞게 되는 집단적 죽음입니다. 여기서는 개인이라는 존재와 초월적 신이라는 존재의 세계가 확장되어, 인류 전체와 신의 세계의 문제가 되고 따라서 신의 존재는 더욱 압도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종말은 그것이 도래하기 전의 세계에 이미 근본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내가 이 종말이라는..

20201126 연중 34주 목요일 복음 묵상 - 희망의 이미지 -

20201126 연중 34주 목요일 - 희망의 이미지 - 이번 연중 마지막 주간은 루가복음 21장과 함께 끝납니다. 21장에서 만나는 게세마니에서 잡히기 전까지의 예루살렘에서의 예수님의 일주일은 저에게 엄청난 역동과 긴장감과 에너지로 다가옵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할 때 보통 다음 22장에 나오는 게세마니에서의 고뇌의 기도를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이번 주간에 대한 묵상도 매우 의미깊게 다가옵니다. 저에게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 하실 때 들었던 군중들의 우렁찬 호산나 외침소리와 예수님께서 게세마니에서 내려와 들었던 유다의 '스승님'이라는 조용한 부름이 너무나 선명히 대비됩니다. 그래서 이 극과 극을 체험하는 삶의 마지막 일주일을 예수님은 어떤 일을 하며 보내셨을..

20201201 Tuesday of the First Week of Advent - The place the more God shall be -

20201201 Tuesday of the First Week of Advent - The place the more God shall be - After our mass and prayer this morning, I have stayed in the chapel for a while. Two images came up in my mind. In the first image, there are several people standing together. They all look confident and well built. They all can stand still on their own in a good shape. They were all smiling beautifully in a bright ..

20201123 연중 34주 화요일 복음 묵상 - 희망과 살면서도 희망을 세우기 -

여러분 잘 알고 계시듯이 우리 가톨릭 교회는 예수님의 삶을 따라 크게 대림, 성탄, 짧은 연중, 사순, 부활, 그리고 다시 긴 연중시기 순으로 전례시기를 나누어 1년 단위로 전례주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저께 우리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오늘 1년의 전례시기 중 제일 마지막 주간인 연중 34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도 종말에 관한 내용들이 나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2년 전 이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제가 부제품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고 매우 바쁘게 지냈던 시기였습니다. 11월에 로마에 있는 수도회 총원에서 부제품 허락공문이 왔고, 부제품 행사 실무책임을 맡아서 준비하다 12월에 수품 준비 피정을 잠시 다녀왔고, 크신 은총 속에 1..

2020년 11월 17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묵상 - 천국은 -

미국 대선이 이번달 초에 있었습니다. 정말 논란도 많았고 또 사전투표라던가 투표자 참가자 수 등 전례 없는 특별한 선거였습니다. 미국 대선은 저희 수도회에서도 한동안 저녁식사 테이블의 큰 이슈들 중 하나였습니다. 또 하나의 전례 없던 장면은 수락 연설을 하러 연단에 신임 대통령 조 바이든이 아니라 부통령 카맬라 해리스가 먼저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부통령이 대통령에 앞서 먼저 수락 연설을 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녀의 선거에서의 승리는 미국 소수 약자들의 승리라고도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성향이나 입장을 떠나서, 오늘 아침 접한 그녀의 연설 중에 두 가지 저의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그녀가 인용한 문구 였습니다. 고인이 된 존 루이스 의원의 다음과 같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