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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

⠀ 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능 아니면 유혹" ⠀ ⠀ 장거리 운전을 하다 어느샌가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저를 봅니다. 가을인가 보다 하고 슬쩍 웃습니다. 그러곤 '산다는 것도 이렇게 웃을 일이면 좋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며 ⠀ "나이가 들수록 근골이 약해지는 게 아니고,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다." ⠀ 라고 노트에 툭 던지듯 적어 넣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삶이 의미 깊게 되는 것 같아 괜히 혼자 코를 한번 슬쩍 훔쳤습니다. ⠀ 이러고 있다니 오늘은 제 마음이 조금 한가로운가 봅니다. ⠀ ... ⠀ 어릴 때 제가..

20221101 Solemnity of All Saints Mt 5:1 - 12 "For all Unsung Saints"

20221101 Solemnity of All Saints Mt 5:1 - 12 "For all Unsung Saints" Today, Solemnity of all saints, we remember all saints and determine ourselves to live following them. We especially celebrate those saints in Heaven who are not on our saint list. We can tell they deserve more respect from us because they did not restore their treasures in this world but in Heaven. That life is what I want to ..

20221007 연중 27주간 금요일 루카 15, 1 -7 "착한 목자"

20221007 연중 27주간 금요일 루카 15,1 - 7 "착한 목자" ⠀ ⠀ 저희 수도회는 매월 첫 금요일 예수성심 신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열 두 달 동안 예수성심신심미사를 봉헌하며 열 두 복음의 장면들을 만납니다. 그 중에 오늘 봉독된 복음 말씀이 제일 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으러 가는 목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장면을 낙서같지만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만들어서 인스타에도 올려 두고 봅니다. 강의에서 저의 소개를 할 때 항상 보여드리는, 제가 지향하는 삶의 이미지입니다. ⠀ ... ⠀ 그런데 오늘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제 마음은 이전과는 다른 곳에 머물렀습니다. 이번에 제 마음은 목자나 길 잃은 한 마리 양이 아니라, 목자가 떠나간 광야에 남겨진 간 아흔 아홉마리의 ..

202209023 연중 25주 금요일 루카 9,18-22 "때가 있다"

202209023 연중 25주 금요일 루카 9,18-22 "때가 있다" ⠀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가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에 매점을 열어 한국식 토스트를 팔고 있는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가끔 보고 있던 채널인데, 여러 굴곡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그 열정과 꾸준함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들은 이 한국식 토스트가 한국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라면 영국에서도 통할 것이라 판단했고, 그 판단에 따른 노력과 시도들이 지금 좋은 결과를 맺고 있습니다. ⠀ ... ⠀ 영상을 보는 내내 제 마음에는 저도 예수님의 마음을 저렇게 잘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저들처럼 좋은 열매를 맺는 노력에 열정을 쏟고 싶습니다. 예수성심을 많이..

20220918 연중 25주일 루카 16,10-13 “세상을 사는 지혜”

20220918 연중 25주일 루카 16,10-13 “세상을 사는 지혜”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이 자녀보다 영리하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만들어라." 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 우리는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의로운 것과 불의한 것, 의로운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삽니다. 식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우리는 가라지의 비유처럼 일일이 다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잘 식별하고 싶지만 자주 오해하고 오판하며, 서로를 괴롭히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힘들어 합니다. ... 하지만 오해와 오판의 역사는 에덴동산만큼이나 오랜 것입니다. ... 그래서 사는 동안 제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세상을 사는 나의 자세입니다. #가톨릭 #묵상 #기도 #예..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 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 “기도할까요?” ⠀ 웅성거리는 패스트푸드 점 구석에 자리를 겨우 잡고 감자칩 옆에 케챱을 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주앉은 동기 수사님의 말이 작은 테이블을 건너 왔습니다. ⠀ … ⠀ 입회해서 나간 첫 외출이었습니다. 서울은 아직 낯선 곳이었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남자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시골에서의 수도생활은 신촌의 젊은 부산함을 더욱 더 낯설게 했습니다. ⠀ 1년차부터 2년차까지의 지청원반은 둘 이상씩 짝지어 외출을 다녀야 한다고 해서 함께 나오긴 했는데, 강화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신촌 홍대를 지나가는 것 뿐이라, 가서 밥먹고 조금 구경하다 저녁 전에 출발해야 끝기도 까지 돌아..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 몇년 전 저희 수도회 그룹홈 시설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반가운 초등학교 아이들 6명과 재미와 고난이 한데 섞인 하루를 보냈습니다. 밤이 되어 피곤함 속에 침대에 몸을 막 뉘인 때였습니다. 오랜 만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 오빠 내 위로 좀 해도. - 왜 무슨 일 있나? - 내 진급 떨어졌다. 말할 사람이 없는데 오빠 니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위로 좀 해도. - 니 회사에서 일 잘하고 사랑받잖아. 그런데 왜 떨어졌노? - 그러니까. ⠀ ⠀ … ⠀ ⠀ 한참 위로와 성토의 말이 점점 더 죽어가는 목소리로 오가는 중에 갑자기 꼬마 한 명이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크고 도수 높은 안경을 쓴..

20220901 연중22주간 목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루카 5,1 -11 기후변화의 대응은 편함을 줄이는 것에서

20220901 연중22주간 목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루카 5,1 -11 기후변화의 대응은 편함을 줄이는 것에서 ⠀ 저희 수도회는 50개 국에 있는 국제수도회라 재속회격인 친교회도 국제 조직이 있습니다. 6년 마다 국제회의를 하는데 이번 2024년 국제회의 준비위원회에는 처음으로 한국 대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통역을 위해 준비회의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 국제회의에서 쉬는 시간에 인상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유럽과 호주 분들이 쉬는 시간 내내 호주와 유럽의 산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기후변화로 이어졌습니다. ⠀ 기후문제는 저도 관심 깊게는 보고 있지만, 그 날 대화를 들으며 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나 심각하게 겪고 또 생각하고 있구나 하..

20220823 연중 21주간 화요일 마태 23,23 - 26 “위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20220823 연중 21주간 화요일 마태 23,23 - 26 “위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 위선이라는 것은 대단히 나쁜 일이고 나에게서나 남에게서나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죄악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나 남이 위선자라는 것을 알아채는 일은 실제로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나의 위선을 알아채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오늘 복음 중에 ⠀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 라는 구절을 접할 때면 항상 저는 30대 초반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다녔던 한 대형마트로 돌아가곤 합니다. 적지 않은 월급을..

20220803 연중 18주간 수요일 마태 15,21-28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20220803 연중 18주간 수요일 마태 15,21-28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 어제 호수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의 기적사화에 대한 강론 말미에서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깊은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잠시 함께 살펴 보았습니다. 믿음은 강렬한 신앙적 체험에서 오기도 하지만, 더 깊은 믿음은 그 체험이 지나간 고요한 광야에서 자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초대교회의 요한 크리스토모 역시 마태오에 대한 강론에서 광야를 '고요의 어머니'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지난 제 삶을 돌아보아니 제가 제 삶의 광야에 머물렀던 시기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노해 시인의 첫마음이라는 시에는 이 광야가 다음과 같이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