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77

20230608 연중 9주 목 마르 12,28 - 34 ‘사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 사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 광성보는 매우 역사적인 곳이자 강화도의 유명한 관광지예요. 한 켠에 바다를 끼고 이어 있는 유적지를 걸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사는 신학원에서 차로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가끔 산책이나 조깅의 반환점으로 삼는 곳이지요. 논밭을 가로지르며 오가는 길이 참 아름답습니다. 몇 일 전 오래 알던 수녀님들이 오셔습니다. 함께 그 곳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한 저는 먼저 간 그분들을 따라잡으려 혼자 광성보의 언덕길을 올랐었습니다.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웃으며 걷고 있었습니다. 햇볕 속에 웃는 소리가 이제 코로나가 끝났어, 여름이 오고 있어 하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 “어서 와, 무슨 사진을 걸음마다 찍니?” 할머니와 아빠와 함께 몇 ..

20230607 연중 9주 수요일 마르 12,18 - 27 "신앙생활은 공간을 만드는 일"

20230607 연중 9주 수요일 마르 12,18 - 27 - 신앙생활은 공간을 만드는 일 - ⠀ ⠀ 헨리 나웬 신부님은 본인의 책에서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계속해서 공간을 만드는 노력과 같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공간은 하느님께서 활동하실 공간을 말하는 것이죠. 신앙생활에서 이 공간을 잘 만들 줄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걸 계속 체험합니다. ⠀ … ⠀ 공간을 만드는 일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 회사에서 갈등을 겪는 동료 어려움을 계속 주는 상사 어쩌다 사이가 틀어진 친구 ⠀ 이들과의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일은 나를 지키면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필수적인 능력이었습니다. ⠀ 하지만 그 공간은 ⠀ 갈등의 빈도를 줄이거나 어려움에서 멀어지거나 서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20230522 부활 7주간 묵상강론 요한 16,29-33 ‘가톨릭의 전례와 평화’

로마에서의 양성장 회의가 중반을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순조로웠던 회의가 오늘은 처음으로 난관을 만났습니다. 어떤 한 부분에 대한 의견이 확연하게 갈라졌습니다. 다음 사안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대로 오늘 회의가 끝나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2주간의 회의 동안 중반이 되어서야 이런 일을 만났습니다. 이 회의가 매우 성숙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오늘 회의를 멈추면서 기도안에서 생각해보고 내일 다시 계속하기로 한 것도 참 보기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더 긴 휴식 후에 매일 해온 일정에 따라 하루를 마감하는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 영어 포르투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막 오가는 이곳의 매일의 미사입니다..

20230430 부활 4주일 성소주일 요한 10,1-10 “문으로 드나드는 것”

목자의 삶의 목표는 양때는 잘 돌보는 것입니다. 이 삶을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을 잘 키우며 성장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목자의 삶은 목표가 있는 삶입니다. 목표가 있는 삶이 없는 삶보다 그 안에 성장이 있는 삶이 없는 삶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 하지만 내 삶에 목표나 성장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 항상 기쁨을 주는 것도 항상 힘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목표가 있으면 어쩔수 없이 항상 보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거기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오늘과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입니다. 목자의 삶의 목표는 이루지기 어렵고 성장이 더딘 저는 자주 목자로 서는 것에 지치고 절망하곤 합니다. ... 목표와 성장이 있는 삶이 의미를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이..

20230420 부활 2주 목요일 요한 3,31-36 “믿음이 약하다고 고민한다면 오늘 복음을 찾아보아요.”

20230420 부활 2주 목요일 요한 3,31-36 “믿음이 약하다고 고민한다면 오늘 복음을 찾아보아요.” ⠀ 믿음이 약하다고 고민될 때면 오늘 복음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은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느님을 닮아 사랑으로 인내하며 기다려 보라고 합니다. 좀 기다려도, 그래도 된다고요. ⠀ 오늘 복음에서 루가 복음사가는 다소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게 된다.”라고 말입니다. 좀 잘못 살면 머리 위에서 하느님이 성내면서 내려다보고 계실 것만 같습니다. ⠀ ... ⠀ 그런데 그렇진 않을 겁니다. 바로 얼마 전 복음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아들을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이었다고 들었습니다. ⠀ 문제는 우리의 믿음이겠지..

20230418 부활 2주 화요일 요한 3,7.8-15"내가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20230418 부활 2주 화요일 요한 3,7.8-15 "내가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 ⠀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해드폰을 끼고 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 사춘기 소년 예수님과 그 옆에 서 계신 성모님의 모습니 떠올랐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수님의 어린 시절이 가끔 궁금해집니다. ⠀ “예수님은 언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알게 되었을까? 예수님도 사춘기 시절 성모님에게 반항하셨을까?” 궁금하지만 알 도리가 없습니다. ⠀ .... ⠀ 신앙의 삶에는 이렇게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사랑에 대해서도 그러합니다. 사랑에 대해 알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 하지만 우리가 그것에 대해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은 많습니다. 마치 바람을 볼 수 없지만 그 움직임이 느껴지고 들리는 것처럼, 사랑..

20230407 성금요일 "테네브래"

우리 천주교의 오랜 전통에는 아름다운 전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쉽게도 일부는 여러 이유로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잊혀져 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테네브래 라는 전례입니다. 저도 가까운 신부님의 글을 통해 최근에야 이 전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 테네브래, 라틴어로 그림자를 뜻합니다. 한국어로는 암흑기도, 어둠기도 등으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테네브렌는 4세기 쯤부터 가톨릭 교회 안에서 행해져 왔습니다. 테네브래는 부활절 전 성삼일 중에 특히 오늘 성 금요일에, 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성경 봉독과 그와 연관된 찬미가나 노래를 부르기를 계속 번갈아 가며 바치는 예식 입니다. 유튜브에 "tenebrae service" 로 검색하시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 ..

20230328 사순 5주 화요일 요한 8,21 - 30 “오늘 낯선 예수님”

20230328 사순 5주 화요일 요한 8,21 - 30 “오늘 낯선 예수님” ⠀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것은 수련 2반의 겨울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 당시는 수도원 입회 때문에 가족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시기였고 그에 따른 어려움이 정점 다다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할머니께서 힘들어지는 시기에도 돌아가시고도 부모님은 연락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동생이 몰래 걸어 온 전화로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 어렵게 찾아 뵌 이제 온기가 남지 않은 할머니 앞에서 저는 낯선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것들이 제 안에서 일어났지만 이내 슬픔은 그것들을 모두 먹어치웠고, 저는 눈물에게 제 모든 자리를 내어 주어야 했습니다. ⠀ ⠀ .... ⠀ ⠀ 그 때 내 안에 일어났던 복잡한..

20230310 사순 2주 금요일 마태 21,33-43.45-46 "소작인이 할 일"

20230310 사순 2주 금요일 마태 21,33-43.45-46 "소작인이 할 일" ⠀ ⠀ "신부님,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 ⠀ 작년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라는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요즘 잘 읽지 않던 소설이라는 장르라 구입하고도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노랑과 빨강의 원색의 화려한 파충류들과 조류들이 그려진 표지도 전혀 저의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침대 맡에 한 달 넘게 있으면서도 제 방의 공기를 구경한 건 책의 서너 쪽에 불과했습니다. ⠀ ⠀ ... ⠀ ⠀ 갑자기기 속도가 붙은 어느 날 이틀 만에 다 읽어 내리고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야 비로소 왜 이 책으로 루이스 세풀베다가 그 해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여덟 번째 작가가 되..

20230307 사순 2주 수 마태 20,17 - 28 "참된 희생"

I have been watching an old Korean drama for the last few weeks. One of the main stories of the drama is about the Korean education system. The parents push their children too much to study for so many hours, most of the day. When the child complained about it, the mother shouted at her son. Saying like this. "Do I do this for myself? No, I'm doing this for you, not for me! I' have been sacrific..